▲ 그래미 시상식장 도착해 포즈 취하는 BTS [사진=연합뉴스]

[윤호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계·하와이 원주민·태평양 제도 주민(AANHPI) 유산의 달을 맞아 오는 3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세계적인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만나 '반(反) 아시안 증오범죄' 등을 논의한다고 백악관이 26일 밝혔다.

백악관은 "글로벌 K팝 현상이자 그래미 후보에 올랐던 한국의 음악그룹 BTS가 아시아인의 포용과 대표성을 논의하고 최근 몇 년 동안 더욱 두드러진 이슈가 된 반아시안 증오범죄 및 차별을 다루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급증하는 반아시안 증오범죄를 퇴치하기 위한 그의 약속을 얘기했었다"며 "작년 5월에는 법 집행기관에 증오범죄를 식별·조사·보고할 수 있는 자원을 제공하고 증오범죄 정보에 더욱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코로나19 증오범죄 법안에 서명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과 BTS는 다양성과 포용성의 중요성과 전 세계에 희망과 긍정의 메시지를 확산하는 청년 대사로서 BTS의 플랫폼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 대통령이 개별적인 음악 그룹을 백악관으로 초청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작년 10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홍보를 위해 10대 팝스타 올리비아 로드리고를 초청한 바 있다.

BTS 초청은 최근 뉴욕주에서의 백인우월주의에 기반한 총기 참사 등 미국에서 인종 증오 범죄가 증가하는 현실에 경종을 울리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만남은 작년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증오범죄가 급격히 증가한 가운데, 5월 AANHPI 유산의 달이 끝나감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K팝 슈퍼스타 BTS가 워싱턴에 '다이너마이트'(Dynamite)를 가지고 와서 바이든 대통령과 반아시안 증오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고 전했다.

다이너마이트는 BTS가 2020년 발표한 히트곡으로 코로나 상황에서 세계를 향해 보내는 희망찬 메시지가 담긴 노래다. BTS는 이 곡으로 K팝 아티스트 사상 최초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 1위를 차지했었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대유행이 중국에서 비롯됐다는 인식 때문에 아시아계를 향한 증오 범죄가 급증했다.

지난 11일 텍사스주 댈러스 코리아타운 상가 미용실에서는 흑인 남성의 총격으로 한인 여성 3명이 다쳤고, 15일에는 캘리포니아주 교회에서 60대 대만 이민자가 대만계 신도들을 향해 총기를 난사해 1명이 숨지고 5명이 부상했다.

지난해 3월엔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백인 남성이 스파 등에서 무차별 총격을 가해 한인 4명을 포함해 8명이 사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직접 애틀랜타를 찾아 증오범죄 종식을 촉구했다.

BTS도 반아시안 증오범죄에 대해 그간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다.

리더 RM은 작년 1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기자회견에서 "(아시안 혐오 문제와 관련해)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항상 내고 싶고, 할 수 있는 것을 하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 자라지는 않았지만 많은 장벽이 있다"며 "우리가 걸어온 길을 생각하면 우리가 만든 음악 등이 (고국이 아닌) 외국에서 사는 아시아인에게 많은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고 기쁘게 생각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BTS는 최근 미국 3대 음악 시상식 중 하나인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3관왕에 오르며 6년 연속 수상 기록을 세우는 등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적인 뮤지션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의 아이콘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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