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위기속에서도 무역흑자 행진을 이어가던 우리나라가 마침내 적자를 기록했다. 재정위기를 맞고 있는 EU의 투자·소비가 위축되며 선박 수출이 크게 감소한 것과 이란 사태에 따른 유가상승이 주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지식경제부가 1일 발표한 ‘2012년 1월 수출입 동향 및 평가’에 따르면 1월 수출은 전년대비 6.6% 감소한 415억 3,000만달러, 수입은 3.6% 증가한 434억 9,000만달러로 무역수지는 19억 6,000만불 적자를 기록했다. 24개월만의 적자다.

 

적자 왜?… 1월 비수기에 찾아온 수출 악화와 유가 상승 탓

 

이날 브리핑에 나선 지식경제부 한진현 무역투자실장은 적자 발생 원인으로 “연말효과 상쇄에 따른 수출물량 감소 등으로 통상적으로 수출이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5년간 1월 무역수지는 지속적으로 적자를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지난해는 선박 수출이 확대 돼 예외적으로 흑자를 시현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특히 올해 1월은 설 연휴 등에 따른 조업 단축으로 수출 규모가 줄은 상황이다.

 

선박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감한 수주물량의 인도 시점이 도래한 가운데, 최근 선박금융 위축에 따른 인도 지연 등 수출여건이 악화된 게 사실이다. 전세계 발주현황은 2007년부터 큰폭의 감소세를 겪고 있다.

 

아울러 지난 해 수출 확대에 따른 기조효과도 크게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월 해양플랜트를 포함한 선박수출은 총 67억 4,000만달러로 연간 월평균 47억 1,000만달러 수출액을 크게 상회한 바 있다.

 

또 다른 이유는 원유 수입액이 늘은 것에 있다. 이란 추가제재 등 중동지역의 불확실성으로 국제유가가 전년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한 탓이다. 원유 도입 물량만 따지면 전년대비 감소했으나, 도입단가가 상승해 수입액이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수출 감소는 왜? 선박 수주 크게 줄고 베트남에 휴대폰 공장 생겨

 

 

수출 실적은 석유제품을 제외한 주요품목의 수출이 대부분 부진해 전년동기 대비 6.6% 감소한 415억 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선박과 무선통신기기의 수출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박의 수출이 무려 41.5%나 줄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주한 선박이 인도됨에 따라 선가 및 물량이 크게 하락한 게 이유였다. 또한 지난해 1월 수출 확대에 따른 기저효과 영향이 컸다.

 

수출 악화의 또 다른 이유인 무선통신기기는 39.7%나 수출이 감소했다. 삼성 등 국내업체의 스마트폰 세계시장 점유율이 세계 1위를 차지하는 등 확대된 상태라 이같은 결과는 더욱 놀라운 상황이다.

 

이는 베트남 생산공장 등이 신설됨에 따라 해외생산이 크게 늘어 출하량 및 수출이 감소한 게 이유다. 참고로 수출은 국내에서 생산된 제품만 통계로 잡힌다.

 

선박과 무선통신기기를 제외하고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인 건 가전제품이다.

 

가전제품도 19.8%의 수출감소를 보였다. 선진국 가전 수요 둔화로 TV, 냉장고, 세탁기 등 주요품목의 수출 감소가 있었다. 또한 연말 특수가 예상보다 저조해, 재고조정으로 수출이 감소했다.

 

모니터 패널 등 액정디바이스는 14.6% 수입감소가 있었다. 선진국 LCD TV 보급 확대 및 중국의 공격적 투자로 인한 과잉공급 등으로 패널 단가가 지속 하락하고 중국 춘절 수요 확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수출은 전년동월대비 감소했다.

 

반도체는 8.5% 수입이 줄었다.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D램, 낸드 등 메모리 반도체의 단가 및 수출 지속 하락세 영향이다. 반면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수요 증가 등으로 시스템 반도체 수출은 증가할 전망이다.

 

섬유류는 8.4% 감소했다. 미국의 소비심리 개선과 신흥국 경제의 견조한 성장세에 힘입어 주요국 수출 증가세가 유지된 탓이다. 다만 중국에 대한 수출은 춘절 연휴에 따라 거래 부진 등으로 다소 감소했다.

 

그나마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같이 호황을 누린 석유제품은 두자릿수 성장을 이뤘다.

 

석유제품은 전년대비 39.5% 더 많은 수출을 기록했다. 중국, ASEAN 등 역내 국가에 대한 수출을 확대, 국제유가 상승에 의한 수출단가 상승으로 석유제품 수출은 전년대비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반기계는 6.7% 수출이 늘었다. 춘절이 끼어있어 중국으로의 수출이 감소했음에도 미국, 중동, 아세안 등 주요국의 수출 호조세에 힘입어 증가세를 유지했다.

 

철강제품은 4.6% 수출이 많아졌다. 국내 철강수요 정체에 따른 기업들의 수출 확대 노력으로 전년동월대비 높은 증가세가 시현됐다.

 

지역별로는 EU를 제외한 주요국의 수출이 모두 증가했다. 주요 지역별 수출증가율로 냉연강판, 도금강판 등 고부가가치 제품 수출호조로 수출증가세가 유지됐다.

 

자동차는 전년보다 수출이 4.1% 늘었다. 유럽발 재정위기에도 불구하고 EU에 대한 수출이 크게 증가했으며 ASEAN, CIS 등 주요 신흥국 수출도 증가세를 유지했다.

 

컴퓨터 판매는 1.0% 늘었다. 태국의 홍수와 스마트기기로의 수요 이전에 의한 글로벌 PC생산 둔화로 주변기기 수출은 감소했으나 태블릿PC 수출증가로 전년대비 증가세가 유지됐다.

 

설비 확대 및 국제유가 상승으로 원자재 수입 부담커져

 

수입은 국제유가 상승, 설비투자 확대 등으로 원자재와 자본재 도입이 증가해 전년동월대비 3.6% 증가한 434억 9,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원유, 가스 등 주요 에너지의 도입 물량은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 등이 올라 원자재 수입은 증가세를 유지했다.

 

2011년 하반기 이후 소폭 증가세에 그쳤던 자본재 수입은 반도체 제조장비 등을 중심으로 증가했으나 소비재 수입 증가세는 크게 둔화됐다.

 

EU 수출 크게 감소… 일본을 비롯 다른 나라에는 호조

 

 

지역별로는 주요국 재정악화 등으로 소비 및 투자심리가 위축된 EU를 제외한 주요 국가에서 높은 수출증가율을 기록했다.

 

일본에 60.9%, 미국에 23.3%, 중국에 7.3%, ASEAN에 22.3%의 증가를 보였고 EU는 44.8% 하락했다.

 

일본에 대한 수출은 반도체(-13.9%)를 제외한 무선통신기기(48.2%), 철강제품(38.1%), 일반기계(34.4%) 등 대부분 품목이 늘었다.

 

미국에서는 무선통신기기(-17.9%) 등을 제외한 철강제품(95.4%), 일반기계(61.3%), 자동차(57.0%) 등을 중심으로 증가했다.

 

중국에는 선박(-51.7%), 일반기계(-26.7%) 등을 제외한 석유제품(99.5%), 컴퓨터(29.4%), 반도체(18.5%) 등이 증가했다.

 

ASEAN 수출은 자동차(50.0%), 섬유류(35.7%), 석유제품(35.3%), 반도체(28.5%) 등 대부분 품목이 증가했다.

 

다만 EU 수출은 자동차가 239.1%로 크게 증가했지만 선박류(-78.8%), 무선통신기기(-55.5%), 반도체(-43.9%) 등이 감소했다.

 

2월 전망 밝아… 유럽 재정위기·이란 사태 변수

 

정부는 내달 조업일수 증가 등으로 주요 품목의 수출 및 무역수지도 전년보다 개선될 것으로 봤다.

 

낮은 수출증가율을 기록한 자동차, 반도체 등 주요 품목의 수출도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나 선박은 인도물량 감소와 선박금융 불확실 등으로 당분간 수출 증대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유럽 재정위기 해결 지연, 이란 추가제재 등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어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편 정부는 올해 무역수지 수출전망을 5,905억 달러로 설정했다. 이는 유럽의 재정위기까지 감안해 잡은 수치다. 수입은 5,700억달러를 예상해 올해 총 250억 달러의 흑자를 전망하고 있다.

 

 

뉴스파인더 최원영 기자 lucas201@newsfin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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