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현 기자] 성범죄 피해자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던 '성적 수치심'이라는 용어가 '성적 불쾌감'으로 바뀐다.

양형위원회는 전날 제116차 회의를 열어 성범죄 양형기준의 기존 설정 범위를 확대하고 유형 분류를 체계화한 수정안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수정안은 향후 의견 조회와 행정예고 절차를 거쳐 다음 회의에서 최종 의결될 예정이다.

이번 수정안은 성범죄 양형기준의 특별가중 인자에서 사용하던 '성적 수치심'이라는 용어를 '성적 불쾌감'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양형위는 수정 배경에 대해 "성적 수치심이라는 용어가 과거의 정조 관념에 바탕을 두고 있고, 마치 성범죄 피해자가 부끄럽고 창피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어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수정안은 또 군대뿐 아니라 체육단체 등 위계질서가 강조되고 지휘·지도·감독·평가 관계 등으로 상급자의 성범죄에 저항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피해자도 '범행에 취약한 피해자'로 인정하도록 범위를 확대했다.

아울러 특별감경 인자로 인정하던 '피해회복을 위한 진지한 노력'이나 '실질적 피해회복(공탁 포함)'을 삭제했다. 특별감경 인자로는 '처벌 불원'만 남겼다.

종전까지는 피고인이 고령인 경우 집행유예를 긍정적으로 고려할 일반 참작 사유로 인정했으나 수정안은 이를 삭제했다. 고령의 의미가 불명확한 데다 재범 위험성과 피고인 고령 여부의 관련성이 뚜렷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수정안은 종전의 권고 형량 범위를 일부 조정했다. 그 결과 조정된 양형기준 상한선은 대부분 종전보다 무거워졌다.

수정안은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주거침입 등 강간, 특수강간죄의 권고 형량은 가중 인자가 있는 경우 종전 징역 6∼9년에서 징역 7∼10년으로 상향했다.

친족관계에 의한 강제추행, 특수강제추행의 권고 형량은 가중 인자가 있는 경우 종전의 징역 4∼7년이었으나 수정안에서 징역 5∼8년이 됐다. 주거침입 등 강제추행의 가중 양형기준도 종전의 징역 4∼7년에서 늘어난 징역 6∼9년으로 권고됐다.

다만 청소년 강간죄의 권고 형량 범위는 가중 인자가 있는 경우 종전(징역 6∼9년)대로 유지됐고, 감경 인자가 있는 경우에는 종전의 3년∼5년 6개월보다 가벼워진 2년 6개월∼5년으로 수정됐다.

양형위는 "종전의 청소년 강간죄 권고 형량이 청소년 강간으로 인한 치상 범죄와 권고 형량 범위가 동일해 상해가 발생한 범죄와 그렇지 않은 범죄에 같은 형량을 권고하는 불균형이 있어 시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양형위는 최근 처벌 조항이 신설된 19세 이상 피고인이 저지른 13∼16세 아동·청소년의 궁박한 상태를 이용한 간음·추행죄(청소년성보호법 제8조의2) 등에 양형 기준을 새로 설정했다.

아울러 강간죄와 강제추행죄는 행위나 법정형, 조문 체계, 입법 취지를 고려해 세분화했다.

저작권자 © 뉴스파인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