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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일 칼럼] 여느 대선 후보보다 나은 기사(技士)와 지인(知人)
황정일 논설위원  |  webmaster@newsfin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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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9.27  10:3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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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정일 논설위원

지인(知人)과 택시를 탔다. 강남 가는 길이다. 아주 오랜만의 나들이다. 택시의 기본요금이 3,800원인 것도 새삼 알았다. 다 그 몹쓸 코로나19 덕분이다.

차들이 별로 없어 도로가 널널 하다. 평일 오후라 그런가 보다. 택시가 동부간선도로를 씽씽 가른다. 시원한 바람도 만져보고 혹여 있을 코로나19 바이러스도 날려 버릴 요량으로 창문을 스윽 내렸다.

하늘만큼 청량한 공기가 콧구멍을 세차게 찔러 댔다. 코에 바람 넣기다. 좋다. 버스나 지하철보다는 역시 택시다. 비싼 게 흠이지만. 지인에게 고맙다.

재난지원금 받았어? 지인이 내게 묻는다. 그럼요, 공짜는 양잿물도 먹는데요. 그가 언짢은 표정으로 나를 본다. 그런데 왜 우리 같은 사람한테까지 돈을 주는지 모르겠어. 정부 정책이 몹시 불만인 지인이다. 나 같은 사람은 25만 원 줘도 그만 안 줘도 그만인데. 참고로 지인은 제법 산다.

10조 원 이상이 나갔다면서. 그 돈으로 살기 힘들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자영업자나 지원해 줄 궁리는 안 하고 왜 나 같은 사람한테까지 이런 돈을 주는 지. 지랄도 상지랄이야. 안 그래요, 기사님? 시큰둥한 나를 제치고 택시 기사(技士)에게 동의를 구한다. 참고로 나는 그냥 산다.

그러게 말입니다. 미쳤어요 정말. 기사(技士)와 지인(知人), 둘은 죽이 맞아 주거니 받거니 별안간 아삼륙이다. 젊은 애들이 백신 접종을 왜 꺼리는 줄 아세요? 둘이서 재난지원금을 신나게 두들겨 패더니 다음 먹잇감으로 화제를 돌린다.

멀쩡한 사람이 백신 맞고 탈이 났는데 인과 관계가 없대나 뭐래나 글쎄. 더 웃긴 건 뭔지 아세요. 담당 의사가 기저질환 없다고 소명을 해 줘도 정부가 인정을 안 해주는 거예요. 택시 기사의 40대 딸이 보름 전에 백신 접종을 하고 부작용으로 병원에 입원을 했다는 거다. 기사는 물론 그의 부인, 사위가 온통 분통이란다.

백신 맞으라고 낮밤을 안 가리고 떠들면서, 건강한 사람이 백신 맞고 탈이 났으면 우선 병원비라도 조치를 취해 주고 그 다음 인과 관계를 면밀히 따져서 보상을 하든 말든 해야지. 그래야 젊은이고 늙은이고 찜찜한 거 없이 백신을 맞을 거 아니에요. 안 그렇습니까, 사장님?

졸지에 정년퇴임한 전직 교사에서 사장으로 변신한 지인이 맞장구를 친다. 내 말이요. 우리 같은 사람한테 줄 돈으로 그런 분들한테 우선 조치비로 지원해주면 좋잖아요. 도대체 정책 입안하는 놈들 머리 속에는 뭐가 들은 거야? 똥만 잔뜩 하겠죠.

기사와 지인, 지인과 기사의 입안에서 정부 정책이 오징어가 되고 있는 사이, 그러든가 말든가 택시 안 라디오에서는 각자도생 격으로 음악이 흐른다. 김범수가 노래한 ‘보고 싶다’가 전혀 아랑곳없는 듯.

카카오 이 놈들도 아주 나쁜 놈들이에요. 불씨가 옮겨 붙었다. 얼마 전에 정부가 규제 한다 뭐 한다 해서 주가(株價)가 왕창 빠졌는데, 왜요 뭐 문제 있어요? 하는 짓이 못된 대기업이라니까요. 택시기사들 고혈을 쪽쪽 빨아 처먹고 있잖아요.

차량호출 카카오택시 앱이 문제라는 거다. 처음에는 좋았단다. 기사 입장에서는 수수료도 합리적이고 택시 이용자 연결도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택시 이용자 입장에서도 약간의 호출비만 내면 오래 기다리지 않고 승차 거부당하는 일 없어 좋고. 참 좋은 세상이다 싶었단다.

점유율이 사실상 70% 이상 되면서부터 호출료 인상, 수수료 인상. 단거리 손님 배차 거부. 게다가 이용자 연결도 반으로 뚝 줄었다는 거다. 아주 도둑놈들이예요. 그게 다 기업하는 사람들이 제대로 된 기업 윤리가 없어서 그런 거예요. 예전 훈장님이 타는 불에 기름을 붓는다.

가족 친척들에게는 몇 십억 몇 백억 씩 나눠주면서 말입니다. 언론에서는 그걸 또 가족사랑이라고 포장하잖아요. 뒤늦게 수습책을 내고 그랬지만 암튼 이번에 국정감사 가서 혼쭐나고 정신 좀 차려야 해요 카카오는. 카카오 의장 김범수가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될 거라는 사실도 이미 알고 있네. 참으로 시사에 밝고 해박한 택시 기사(技士)가 아닐 수 없다.

케네디(John F. Kennedy)가 말했잖아요. 가난한 다수를 돕지 못하면 그 사회는 부유한 소수를 보호할 수 없다고. 지만 잘나서 돈을 번 게 아니에요. 다 국민들이 소비하고 이용하고 해서 번 거 아니야. 그러면 어느 정도 사회에 환원할 생각을 해야지.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살 수 있는 길도 일삼아 궁리하고. 이건 뭐 깡그리 독식하려고 하니 원.

고인(故人)이 된 전(前) 미국 대통령까지 소환하면서 질타의 변(辯)을 날리는 지인(知人)의 옆얼굴을 보니 속으로 에헴 하는 듯하다.

택시는 여전히 씽씽 달리고 내 머리도 씽씽 생각해 본다. 기사(技士)와 지인(知人), 이 분들 국회로 보내야 하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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