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을 맞아서도 가족과 떨어져 이역만리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사람들이 있다.

 

해외 공사현장을 지키는 건설 역군들이 그 주인공.

 

2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해외 현장에 파견된 우리 건설인들은 설인데도 불구하고 간단히 합동 차례만 지내고 평소와 다름없이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얀부 산업단지에서 정유플랜트를 짓고 있는 대림산업 임직원들은 이날 오전 전 직원이 모여 고국에 두고 온 가족의 건강과 무사고·무재해 작업을 기원하는 공동 차례를 지냈다.

 

임직원들은 차례를 지내고 떡국, 떡, 전 등 우리 음식을 나눠 먹으면서 오랜만에 설 분위기를 만끽했다.

 

정진희 차장을 비롯한 현장 근무자들은 설 인사를 대신해 아내와 아이들에게 애틋한 마음을 담은 설 영상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대림산업은 지난 17~19일 해외 파견 임직원 가족 200여명을 초청해 가장의 영상편지를 틀어줬다.

 

하지만 명절 분위기에 젖는 것은 잠시. 오후에는 전원 공사 현장으로 출근해 평일과 마찬가지로 작업에 몰두한다.

 

대우건설도 전 세계 현장 대부분에서 합동 차례를 지내는 것 외에는 평소와 똑같이 근무 중이다.

 

몇몇 현장에서는 휴식시간을 이용해 떡국을 나눠먹고 윷놀이나 족구를 즐기며 잠시나마 고향의 추억을 떠올리기도 했다.

 

파푸아뉴기니 LNG플랜트 공사 현장에서는 현지 음식을 섞은 차례상을 차려놓고 공동으로 차례를 지냈다.

 

대우건설 이정선 차장은 “현지인 직원들과 함께 차례상을 차려 직원들의 안전과 소원 성취를 기원했다”며 “가족들과 멀리 떨어져 설을 맞아 그리움이 크기는 하지만 떡국을 먹고 윷놀이를 하며 설의 의미를 함께 나눴다”고 말했다.

 

현대건설도 중동의 대형 플랜트 현장에서 일하는 임직원들이 협력업체 직원들과 함께 합동차례만 지내고 다과를 나눠 먹은 뒤 곧바로 출근했다고 밝혔다.

 

예전에는 주변의 다른 건설 현장 근로자들과 모여 공동 체육대회를 치르는 등 좀더 풍성한 명절을 보내기도 했지만 해외 건설시장 무한경쟁이 시작된 이후로는 찾아보기 어려운 풍경이 됐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해외 지사와 대형 사업현장을 중심으로 해외 수주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해외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져 이를 악물고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설 수 있어 명절도 없는 처지”라고 전했다.

 

우리 건설업체들은 지난해 외국 시장에서 미화 591억달러를 수주해 2년 연속 해외수주 500억달러를 돌파했지만 국내 건설경기의 악화로 더욱더 국외로 내몰리는 상황이다.

 

주요 건설시장에서는 우리나라 업체들끼리 과도한 출혈 경쟁까지 벌어지고 있어 타지에서 고생하는 건설인들로서는 명절이 점점 더 각박해지는 모습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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