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쿠니(靖國)신사에 A급 전범을 합사한 것은 정부가 관여한 것이 아니라 신사 측이 결정한 것이라는 일본 정부의 공식 견해가 거짓으로 드러났다.

 

아사히신문은 21일, 일본의 패배로 끝난 2차 세계대전 이후 야스쿠니 신사에 A급 전쟁 범죄자를 합사한 것은 정부가 주도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의하면 후생노동성의 전신인 원호청에 근무하던 육군과 해군 출신 간부들이 '전범 문제의 조기 완전 해결'을 위해 작성한 내부문서인 '업무요지'(1954년)에는 정부가 '합사(合祀: 한 곳에서 제사를 지냄)'라는 야스쿠니신사의 근간 영역에 개입해 방침을 정함으로써 전범 합사의 환경을 만들었다.

 

이런 방침은 2차 세계대전 종식을 위한 1951년 9월의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체결 직후에 검토를 시작해 1952년부터 1954년분의 '업무요지'에 기록돼 있으며, 현재 국립 공문서관이 보관하고 있다.

 

1952년분의 업무요지는 전쟁 범죄 관련 '사형자'도 지방에서의 위령제에서 '함께 제사하도록 한다'고 했으며, 1953년 업무요지는 '시기를 봐서 (전쟁범죄 관련 사형자의) 합사를 도모한다'고 한 발 더 나갔다.

 

1954년분 업무요지에는 '최종적으로 야스쿠니신사 합사를 목표로 한다'고 명시했으며, '여론의 동향과 공적 원호의 전전 상황에 맞춰 순차적으로 무리없이 조치한다'고 추진 방향을 분명히 했다.

 

이런 방침에 따라 후생성은 1964년 3월 도도부현(都道府縣)에 '영령을 야스쿠니신사에 합사하는 것을 전제로 호국신사(지방에 있는 신사)에 미합사된 경우 합사한 것으로 취급하도록' 요구했다.

 

이를 받아 후쿠오카, 오카야마, 구마모토의 호국신사는 A급 전범인 히로타 고키(廣田弘穀) 전 총리, 도이하라 겐지(土肥原賢二) 전 육군대장, 무토 아키라(武藤章) 전 육군중장을 야스쿠니신사보다 먼저 합사했고, 오사카와 삿포로 고베 등은 B급과 C급 전범을 먼저 합사했다.

 

일반 전몰자의 유족에게 국가가 지급하는 조의금과 유족연금 등의 대상을 전범 유족에게까지 확대하기 위한 조치였다.

 

후생성은 공적원호 제도상 전범들을 일반전몰자와 동등하게 취급함으로써 이들을 야스쿠니신사에 합사하는 명분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1953년 이후의 법 개정으로 실현됐고, 1959∼1966년에는 BC급 전범이, 1978년에는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전 총리 등 A급 전범 14명이 야스쿠니신사에 합사됐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이런 사실을 숨긴채 국회 답변 등을 통해 전범 합사는 야스쿠니신사의 판단이고, 종교 행위이기 때문에 정부가 합사에 관여할 수 없으며, 정교(政敎) 분리를 규정한 헌법에 반(反)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일본의 대법원 역시 일본군 군인 군속을 지낸 한국인 유족 약 250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야스쿠니 합사 취소 소송과 관련한 작년 11월 재판에서 "야스쿠니 합사는 신사가 판단 결정한 것"으로 정부가 지시한 것이 아니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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