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정일 논설위원

<글의 내용은 허구(虛構)임을 우선 단디 하는 바이다>

“팔자에도 읍는 정치를 할랑게 참 성가셔요, 선배님”

“허허허, 그렇지요. 윤 총장”

월요일 밤 늦은 11시. 최재형 전 감사원장 집 거실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최재형의 절친, 강명훈 변호사의 주선으로 은밀하게 성사된 만남이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 만나려니 택한 장소가, 서울대 법대 선배이자 연수원 선배인 최재형의 집이 된 거다.

“그렇다고 시방 관두기는 그렇잖아요. 가능겨 그냥”

“그럼요. 나라 꼴이 영 지랄입니다. 우리 손자들이 걱정이에요”

“지는 여직 아새끼도 없어요”

“아, 그러네요. 미안합니다. 어서 아버지 닮은 떡두꺼비 하나 낳아야 할 텐데 ”

“지가요 요새 영 하늘을 못 봐요”

“이런, 지붕을 뚫어야 하나...”

“그란디, 국민의힘 입당은 우째 주저하시는 거에요?”

4년 임기를 6개월 남기고 감사원장에서 물러난 최재형. 많은 사람들이 곧 국민의힘 입당을 점쳤으나 아직 성사되지 않고 있다. 청와대나 여당에서는 연일 그를 비난한다.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다.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훼손했다. 자신의 탐욕을 위해 국가 기관을 이용했다.

옘병. 즈들이 먼저 즈들 입맛에 맞게 감사원을 주물러 터트리려고 해 놓고는 이제 와서 남의 다리 긁고 있어 긁고 있긴. 지지율이 10%를 넘어선 지는 이미 오래다.

“사실 나나 윤 총장이나 뭐, 대통령 병이 있는 건 아니잖아요”

“지가 도리도리 병은 있어도 대통령 병은 읍구먼요”

“법과 상식이 무너진 대한민국, 제대로 일으켜 세워 보자는 거 아닙니까”

“시상사 법대로 원칙대론디...”

“직선제 이후 우파가 20년 좌파가 15년 잡았잖아요. 나아진 게 없어요. 매번 그 타령이에요”

“션찮아유들. 그 밥에 그 나물인겨...”

“제가 국힘에 입당해서 만약 통을 먹었다 칩시다. 나의 철학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을까요? 확신이 없는 거예요”

“특권에 물들어 있는 시엄니들, 반칙의 타성에 젖어 있는 식솔들, 국힘에 엄청 많지요”

“새로운 파라다임이 필요합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모두 문제인 정권이 임명한 사람들이다. 애초 청와대와 여당은 이 둘을 ‘미담제조기’ ‘우리 윤총장’ 하며 물고 빨았다.

3대가 모두 현역으로 복무한 병역 명문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노력해 온 법조인. 너무너무 많은 미담제조기. 최재형을 향한 여당의 애정공세였다. 눈꼴이 실 지경이다.

내 편 김오수, 감사위원으로 좀 써 줘. 싫은데요. 왜? 정치적으로 편향되어서요. 원전 관련한 감사는 안 했으면 하는데. 싫은데요. 왜? 경제성 평가가 잘못됐어요.

이때부터 청와대와 여당의 태도는 180도 돌변한다. 너 죽을래. 이 배신자. 전형적인 태극기부대. 탐욕의 벌거벗은 임금님. 개혁에 저항하는 원전 마피아. 완전 반전이다.

윤석열. 애초 야당은 적폐의 장본인이라며 총칼 다 동원해 그에게 몰방을 놓는다. 여당은 죽기 살기로 방어한다. 거센 반대를 등에 지고 임명을 강행한다.

대통령은 살아 있는 권력도 수사하라는 덕담을 한다. 털보 김어준은 이런다. 검찰의 역사는 윤석열의 전과 후로 나뉠 수 있다. 심지어 조국은 하트를 날린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그 말 어쩜 내 마음속에 남을 것 같다고.

필시 윤석열이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과 양승태의 사법농단을 적폐로 규정짓고 수사, 그들을 영어(囹圄)의 몸으로 만든 공로에 대한 화답일 거다. 그런데 시방은 두루 아시다시피 완전 뒤집어졌다.

윤석열이 선뜻 국민의힘에 들어가지 못하는 이유는 살짝 이해된다. 허나 최재형의 망설임은 너도 나도 의외다.

“세월호 참사가 왜 일어났습니까? 규정을 무시하고 불법적으로 선박을 증축하고 게다가 과적, 고정결박 불량, 평형수 미달 등이 원인입니다”

“박근혜 정부의 사후 대처 미흡이나 빤스 바람에 지만 살겄다고 죽어라 내뺀 선장놈으시끼의 무책임한 행동이 화를 키웠잖아요”

“하지만 근본 원인은 원칙대로 법대로 하지 않은 데서 일어난 거죠. 엊그제 광주에서 유사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멀쩡하게 가던 버스에 날벼락이 떨어졌지요. 비행기도 아니고 버스에요”

“9명이 사망했죠.”

“원인이 뭡니까. 불법 재하도급 때문이에요. 불법 재하도급...”

“변한 게 없어요. 우파고 좌파고 간에 시방 이 사람들 정권 잡으면 패거리들 배불리는 게 정책의 우선순위여 순”

“이러니 내가 선뜻 국힘에 발을 들여 놓을 수가 있겠어요?”

“게다가 후보가 된다는 보장도 읍응게. 단기필마 아닌겨 우리는. 만약 국힘에서 다구리라도 놓으면 우린 바로 즉사여 즉사”

“돈으로 공갈치고 조직으로 협박하는데...이 사람들 아주”

“돈이유? 10억이면 떡을 친단게요. 조직이유? 대선은 공중전 아닌겨? 조직 필요 읍시유”

대한민국에 정의와 공정을 바로 세우자는 데 두 사람은 이미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국가는 법대로 원칙대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데 둘 사이엔 딴소리가 없다. 대통령이 된다면 정말 잘 할 자신이 있다.

그런데 요즘 약간 불안하다. 한껏 올랐던 윤석열의 지지율은 살짝 빠지고 가파르게 오르던 최재형의 지지율은 정체 상태다. 여당은 이런저런 파일로 비난의 화살을 날리고 국민의힘에서는 언릉 입당하라는 압박을 가한다.

“요새 안식구 때문에 좀 힘들죠?”

“네, 좀 그러네요. 만약에 정치할 생각이 있었다면 결혼은 안 했지요, 근디 시방은 어쨔겄시유. 싫든 좋든 한 식군데....”

“그러게요. 근데 혹시 안식구에게 나쁜 일이 생기면?”

“지가 모르는 범법 행위가 있으믄야 준엄한 법의 심판을 받아야지요. 대굼빡에 돌 맞아도 개아나요”

윤석열의 장모는 의료법 위반으로 엊그제 구속됐다. 부인에 관한 요상한 소문은 여기저기 떠돌고 있다. 정치 선언 이후 최대의 위기란다. 해도 윤석열은 다시 한번 강조한다. 법 적용에는 누구도 예외 없다.

“부부가 두 손 잡고 험한 파도를 잘 넘기시길...윤 총장은 몸집이 되니깐 물에 잘 뜨고... 잘 하실 수 있을 거예요”

“근디 선배님, 우리가 뜻이 같은디 이렇게 각개 전투할 이유가 읍지 않아요?”

“나도 같은 생각이에요 윤 총장. 우리 단일화합시다”

윤석열로서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뭐여. 범생인 줄로만 알았는디. 속전속결 화끈하게 밀어붙이는 맛도 있네 우리 선배님. 좀 더 일찍 만남을 가졌어야 하는데. 후회가 살짝 밀려온다.

“단일화는 그라믄...”

“그냥 이리 합시다. 선거일 100일 전에 여론조사를 해서 이기는 사람으로 단일화하는 걸로. 그 전에는 둘이 열심히 선의의 경쟁을 하고”

“지는 좋습니다. 그라믄 여론조사 방법...조사업체 선정이라든지 조사 방식, 질문 방식, 샘플수 등은...”

“실무진이 추후 협상하는 걸로 하십시다”

“선배님 팀에서 전적으로 알아서 하시는 걸로다 하시죠”

“우리가 임의대로 하면 윤 총장이 불리할 수도 있을 텐데요”

“아녀유. 선배님은 공정하신 분이시니까 개아나요. 상대를 믿지 못하면 단일화 얘기는 꺼내지도 말아야지요”

“허허허, 과연 윤 총장이에요. 듣던 대로 두목감이네요. 내 아주 공정하게 함 만들어 보리다”

“근디, 선배님은 사투릴 한 개도 안 쓰네요, 짱하게”

“억수로 힘들었다 아임니까 사투리 고치느라 허 허 허. 윤 총장도 사투리 거의 안 쓰는데요 뭐”

“지야 썼다 안 썼다 하는디...서울말 써야지요”

이 모습을 여의도식으로, 정치공학적으로 바라보면 “윤석열 미친놈” 할 거다. 허나 그건 그릇된 타성이다. 이들이 국민으로부터 왜 지지를 받는가? 이유는 바로 여의도식 정치공학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욕을 하면 그저 입만 아플 뿐이다.

“선배님, 우리에게 가장 취약한 게 뭐라고 보세요”

“글세...경제 전문가가 아니라는 점 아니겠어요”

“지도 같은 생각이에요. 그래서 지가 윤희숙 의원도 만나보고 그랬는디...”

“기자회견 합시다. 우리 둘이 손을 잡는다고. 그 자리에서 경제전문가를 대동해요. 경제 정책에 관한 한 이 분들께 전권을 준다고 발표하는 거에요”

문재인 정권의 소득주도 성장정책은 실패했다. 우리는 성장보다는 분배가 우선이니깐. 의도는 좋다. 근데 의도만 좋았다. 시국이 어떤가? 코로나가 왕이다. 바이러스가 사람들의 발목을 꽁꽁 묶어 놓고 있다. 소득을 높이면 소비가 증대된다고. 그래서 경제가 성장한다고. 정신 나간 거 아니야. 이런 판국에 소비가 늘어난다니.

잘못됐다 싶으면 바로바로 수정해야지. 그건 또 안 해요. 고집을 쎄 부린다. 고집불통아니랄까봐. 문재인의 고집은 내부에서도 알아준다. 고인(故人)이 된 전 대통령 노무현도 한 고집했지만 문재인에 비하면 새 발의 피라고 한다니 원. 고집이 개인사에 머물면 본인 팔다리만 고달프면 될 일이다. 대통령이 그러면 국민의 고생이요 국가의 비극이다.

“새로운 국가의 틀이 어느 정도 잡히려면 5년은 좀 짧지 않은감유?”

“그래요. 적어도 10년은 동일한 통치 철학이 견지되어야 하는데...”

“이러면 어떨까요?”

이번 대선에서 최-윤 팀이 단일화를 성공적으로 이루면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대통령이 된 사람은 단일화에서 진 사람에게 4년간 법무장관 직을 맡긴다. 그리고 마지막 1년을 남겨 놓고는 국무총리로 지명해 다음 대선후보로 키워 준다. 결국 차차기 대선에서 승리하여 법대로 원칙대로의 통치 철학을 10년간 견지한다. 대략 이렇다.

“권력은 나누는 거 아니라고 했는데........”

“그건 꾼들이나 하는 얘기지요. 선배님이나 저나 그런 모리배는 아니잖아요”

“시간이 지나면 권력에 취해서 초심을 잃지는 않을까요. 그리고 국민들이 야합이라고 하지 않을까요?”

“비공개로 한다면 그럴 수 있겠지요. 맴도 솔찬히 변할 수 있고 야합이라는 지탄을 받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선배님과 합의한 모든 내용을 국민들께 몽땅 공개하고, 비젼도 함께 제시하면 오히려 성원을 하지 않을까 한디. 그리고 국민들께 보고한 이상 스스로 경계 할 수도 있고요”

윤석열은 더해서 참모들을 경계하자 한다. 별을 따기 위해선 프로급 참모가 필요하다. 그들은 어디서 뚝 떨어지지 않는다. 오랜 기간 정치권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다. 이들이 최-윤과 같은 순수한 마음이기를 바라는 거는 팥 보고 메주 쑤자는 거다. 해서 대통령이 된 후에 이들의 이간질 혹은 호가호위를 경계해야 한다고 한다. 계속해서 윤석열은 침을 튀기며 말한다.

“몇 가지 추가로 합의를 봐야 쓰간는디”

“그럼 우리 한잔 하면서 얘기 계속합시다”

“대근한디 그라쥬 그럼. 근디 선배님도 술혀유?”

새로 1시5분. 최재형은 부엌으로 가 소주 두 병과 멸치 몇 마리를 들고 온다 고추장과 함께. 이 양반 참 검소하고 소탈하기도 하지. 포도주에 치즈 정도 가 오나 했는데 완전 한식이네.

“똥 빼고 살짝 볶아서 먹을 만 할 거예요. 야심하고 내일 할 일도 있으니 각 1병만 합시다”

“각 2병은 해야 는디...”

윤석열은 이름난 술꾼이다. 두주불사. 검사들이 술 잘 먹기로는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언론계, 정치계, 교육계, 의료계, 연예계, 스포츠계...팀별 대항전에서 2등 하라면 몹시 화를 낼 거다. 스포츠인들에게는 좀 달리려나?

아무튼 검사들 내에서도 윤석열은 술에 관한 한 으뜸이다. 나이는 어리지만 기수가 앞선 검사들도 그와 술 한잔하고는 형니임∼ 한다는 거 아닌가.

“임기 3년차 전에 반드시 개헌을 해야 합니다. 5년 단임제는 장기집권의 부작용입니다. 박정희 전두환이 무서워 탄생한 지진아인 셈이죠”

“인쟈 그라믄 바꿔야지요. 정부 정책의 연속성이 확보되지 않은게”

“4년 이연임제로 개헌을 합시다. 내각책임제는 국민정서상 안 맞고, 3연임은 장기집권이라는 느낌을 줄 수 있으니...”

“지는 그라믄 여론조사 읍이 선배님에게 후보 양보하지요 뭐”

“그래요? 왜 그렇죠?”

“생각해 보세요. 처음에는 5년이지만 나중은 8년 아녀유...”

“하 하 하...그렇게 깊은 뜻이...”

“웃자고 한 얘기지요. 밤도 늦고 몸도 대근허니...”

“허. 난 진지하게 양보를 고려해 봐야 겠는데요. 하 하 하”

“허긴, 선배님은 넘들 업고 가는 거는 일등이잖아요”

소주를 한 잔씩 하고 똥 뺀 멸치를 고추장에 찍어 입에 넣고 씹는다. 비릿함이 알코올과 얽혀 고소함으로 변해 입가를 감아 돈다.

새벽 4시가 가까워진다. 세상은 아직 까맣고 또 조용하다. 허나 최-윤의 공동 집권 구상은 두런두런 점점 빨갛게 익어가고 있다.

멀리서 오토바이 소리가 들려온다. 이 시간에 배고픈 사람이 치킨이라도 시킨 건가. 오토바이가 가까운 곳에서 멈춘다. 피자랑 치킨 왔습니다. 네 나가요. 사위가 조용하니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감사합니다. 오토바이 소리가 멀어져 간다.

까만 시간에 치킨과 피지 배달이라니. 똥 뺀 멸치가 울겠다. 심심하고 배고픈 이에게는 행복의 배달이다. 최-윤도 국민들에게 행복을 배달해 줄 수 있을까? 까만 밤에 머리를 맞대고 날을 새운다. 태양은 꼭 다시 뜨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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