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정일 논설위원

약속 시간이 어정떴다. 책방에 들렀다. THE 인물과사상이 눈에 들어 왔다. 한 쪽 두 쪽 넘기다 삼십사 쪽에서...걍 책을 샀다. 내용에 120% 공감이다. 풍부한 지식과 균형 딱 잡힌 시각, 온화하고 부드러운 그래서 우아한 표현력까지. 부럽다. 닮고 싶다. 살아생전 불가하겠지.

오지랖 발동. 많은 분들이 이 책을 봤으면 좋겠다. 당근 어렵겠지. 기실 나도 내 돈으로 책을 산 게 두 달 만이다. 글 쓴다는 자가 이러하니 오죽들 하랴! 내용도 별로 재미없는 8명 정치권 인사의 이야기. 게다가 물경 285쪽이다.

만용 발동. 내용을 축약해서 칼럼으로 전달하는 거다. 알량한 지식과 투박한 표현력 그리고 경솔한 시각으로 잘 담아 낼 수 있을까? 걱정이다. 그래도 질러 보자. 내용의 1/10이라도 전해지면 성공이라는 생각으로.     

1. 문재인(현 대통령)

문재인은 내 편에게는 아름다은 소신의 주인공이지만 네 편에게는 강한 아집의 소유자이다. 

소신(所信)은 ‘굳게 믿고 있는 바’요 아집(我執)은 ‘자기중심의 좁은 생각에 집착하여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입장을 고려하지 아니하고 자기만을 내세우는 것’으로 뜻풀이가 된다. 아수라 백작이 생각난다. 

한 번 입력되면 변하지 않는 천하의 고집불통이기도 하다. 국정 운영을 하기에 적합한 케릭터는 아니다. 양산시 평산마을 이장(里長)이면 모를까 전체를 통합하는 태도와 너그러움이 필요한 대통령 직엔 썩 어울리지는 않는다. 기실 이장도 그러면 안 되지만.

그렇다면 그 성격을 좀 바꿔야 하거늘 이건 뭐. 

문재인은 ‘혼밥’을 즐긴다. 주위에서 혼밥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다. 혼밥은 고집을 고집통으로 만듭니다. 집권 후 1년이 지나면 귀가 닫힙니다. 혼밥 말고 ‘함께밥’을 하세요. 해서 소통의 창구로 삼으세요. 별무 소용이다. 나 이렇게 살다 죽을래.  

고집이 발전하면 미련으로 승화한다 했나. 

백신 구매를 서두를 필요는 없다. 다른 나라에서 먼저 백신을 접종하는 건 고마운 일이다. 먼저 접종한다고 집단 면역에 빠르게 도달한다고 볼 수 없다. 이상야릇한 궤변을 줄줄 외운 기모씨를 청와대 기획관에 임명한다. 

방역 실패에 일조한 인물이라는 비난이 나오자 청와대 왈, “백신이 아닌 방역을 담당한다.” 아....! 그렇습니다. 그녀는 방역기획관이었던 것이었습니다.     

교체해야 한다는 야당의 정치적 요구가 나오면 오히려 더 안 바꾸는 것이 문재인 스타일이라고, 청와대는 자랑삼아 얘기한다. 야당이 반대해도 장관급 인사를 꾸역꾸역 임명, 33인의 금자탑을 쌓은 거로 알 수 있다. 필시(必是) 어렸을 적 동네 청개구리를 죄다 잡아먹었지 싶다.  

고집은 자칫 협량(狹量)으로 발전한다. 사저 부지의 용도 변경과 관련해서 야당이 문제를 제기하자 ‘버럭’ 한다. “그 정도 하시지요. 좀스럽고 민망합니다.” 

LH 불법 투기 사건이 터진다. 국민 분노가 들끓는다. 국토부 장관이 사표를 쓴다. LH 간부가 극단적 선택을 한다. 이런 상황에 자신의 문제를 건드리니 짜증을 낸 거다. 
 
자신의 일에는 저렇게 화를 내는데 국민의 분노엔 공감을 못 한다. 실망이다. 감정 조절 장애에 걸렸다. 자제력을 잃었다. 지켜보는 국민이 더 민망하다. 보수 언론과 야당의 힐난이 쏟아졌다. 

아들 문준용이 버르장머리가 없는 이유라는 지적은 쫌 그렇다. 너무 나갔다. 아무튼 이 버럭으로 ‘밴댕이 사촌 아냐’ 의심 해 본다.  

보수와 진보의 갈등은 끝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야당과의 만남을 정례화하고 수시로 대화하겠다. 퇴근길에 시장에 들러 시민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겠다. 광화문광장에서 대토론회를 열겠다. 대통령 취임식 때 한 약속이다. 짝짝짝. 대환영. 기대가 컸다. 

너 본 적 있어? 아니. 너는? 글쎄....! 그럼 니들은? 어....지난번에 보궐선거 당선된 서울시장, 부산시장....만났자나. 쩝. 그래 참 잘했다. 

문재인은 섭섭하다. 왜 ‘독재’라고 욕을 하는지 모르겠다. 한때 반독재 민주화 투사였던 나를. 도통 이해가 안 된다. 내 옆의 참모들도 거지반 민주 투사 출신인데. 필시 그들이 미친 듯하다. 아님 이럴 수가 없다.

독재의 개념이 진화했다. 전두환식 독재만이 독재가 아니다. 상호 관용과 제도적 자제. 2018년 발간된 책 -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하버드대 교수 레비츠키∙지블렛 공저) - 이 제시하는, 독재 여부를 판별하는 새로운 기준이다.  

상호 관용? 서로 인정하자는 거다. 나만 옳은 게 아니다. 상대방도 혹여 옳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두라는 거다. 문재인 정권은 그러지 않았다. 상대방은 모두 적폐다. 촛불 민심으로 청산해야 할 구악이요 원수다.  

제도적 자제? 법적 권리를 신중하게 행사하라는 거다. 지혜와 절제의 덕목을 갖고. 문재인 정권은 그러지 않았다. 180석, 무소불위의 힘으로 상대를 아주 박살을 냈다.

기준에 의하면 문재인 정권은 독재다. 유시민은 알고 있다. 그가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에서 실토한다. 책을 읽어 보니 야당이 왜 독재라 하는지 약간 이해가 됐다고. 그런데 거기까지.

예전의 총기(聰氣)일랑은 모두 분실한 유시민은 생뚱맞은 논리를 전개한다. 그니깐 니들 잘못이야 한다.(내용은 이 글과 크게 상관  없으니 다음 기회에 소개하자) 아무튼 조국 사태 때부터 진영 사수의 든든한 역군이라니깐. 이러니 문재인의 고집이 아집으로 승화 발전하는 게 아닌가 싶다.
   
인간 문재인의 ‘착함’을 부정할 사람은 별로 없을 듯하다. 그런데 그 착함이 썩 갈피를 잡지 못할 때는 ‘멍청함’이 되는 줄을 모르는 이는 제법 많은 듯하다.  

7월 타임지 표지 모델로 대통령이 나온다고 청와대는 막 자랑이다. 남북 관계 진전을 위해 끝까지 노력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홍보하고 싶었으리라.  

김정은이 정직하지요. 열정적이고요. 네??? 타임지는 KBS가 아니었다. “문 대통령의 굳건한 김정은 옹호는 망상적(delusional)이다”  
이를 우야노! 많은 시선이 ‘망상(妄想)’에 쏠렸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온 뜻풀이를 보면, ‘망상’은 ‘이치에 맞지 아니한 망령된 생각을 함. 또는 그 생각’이고 ‘망령(妄靈)되다’는 ‘늙거나 정신이 흐려서 말이나 행동이 정상을 벗어난 데가 있다’이다. 

즉 망상(delusion)은 ‘이치에 맞지 아니하고, 늙거나 정신이 흐려서 말이나 행동이 정상을 벗어난 생각’이다.     

표지 인물 옆에 큼지막하게 적힌 ‘Final’의 의미가 과연 무엇일까? 곰곰 생각해 보는 더운 여름날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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