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 칼럼/시론
[황정일 칼럼] 윤석열의 시간
황정일 논설위원  |  hemo@newsfinder.co.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21.06.11  17:08:07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네이버밴드 카카오스토리

전직 법무부 장관 조국이 책을 냈다. 제목은 ‘조국의 시간’. 바라보는 시선은 대략 이렇다.

조국의 시간을 우리의 이정표로 삼아야 한다(추미애)
가족의 피로 쓴 책이라는 글귀에...가슴이 아리다(정세균)
가슴이 아프고 미안하다(이낙연)

조국 만세 만만세다.

반면에, 아 놔 쫌, 엔간히 하자 류도 있다.

민망한 수준의 내용(진중권)
절정의 뻔뻔함과 음흉함을 증언하는 기념비적 보고서(윤평중)
읽는 내내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반했다는 나르시스를 떠올렸다(김창균)

또 두 갈래로 나뉜다. 이 친구는 뭐만 했다 하면 사람들이 쩍 갈라진다. 갈라치기의 고수, 분열의 대마왕쯤 될라나? 갑갑하다.

조국 하면 퍼뜩 떠오르는 사람. 전 검찰총장 윤석열이다.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1-2위를 시방 다투고 있다. 누구는 그를 보고 ‘별의 순간’ 운운한다. 바야흐로 윤석열의 시간이다.

검사 윤석열이 처음 세간(世間)의 주목을 받은 거는, 2013년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건을 수사하던 때다. 국정감사장에서 수사 초기에 검찰 수뇌부의 외압이 있었다고 작심 발언을 한 거다.

솔직히 깜놀 했다. 뭔 깡다구여. 검찰이랑 청와대랑 발칵 뒤집혔다. 징계와 좌천이 뒤따를 수밖에.

사실 윤석열의 깡다구는 이게 처음은 아니다.

1980년, 서울법대 재학 중인 그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모의재판에서 전두환에게 사형을 때린다. 이순자(전두환 부인)를 욕해도 ‘쪼인트 까이던’, 서슬이 시퍼런 때에 말이다.

뿐만 아니다. 2003년 노무현 정권 시절, 안희정과 강금원을 뇌물수수와 횡령∙세금포탈로 구속한다(안희정은 대통령 노무현의 오른팔, 강금원은 후원회장이다).

2006년엔 현대자동차 회장 정몽구의 구속영장 청구를 고심하던 검찰총장에게, 법대로 해야 한다며 사직서를 내던진다. 총장을 압박한다. 평검사가 감히. 죽자고 맘먹었나 보다. 당시 정회장은 비자금 조성과 횡령 혐의로 수사 중이었고, 결국 구속된다.

이쯤 되면 윤석열은, 전문용어로 똘아이다. 꼴통이라고도 한다.

아무튼 한직(閑職)을 구르던 그는 4년 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복귀한다. 그 후 국정원 대선개입과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하면서 원세훈, 이명박, 김기춘, 박근혜, 이재용을 ‘법대로’ 줄줄이 잡아넣는다.

손 안 대고 코를 풀게 해줘서 그랬나? 대통령 문재인은 파격적으로 그를 검찰총장에 임명한다. 살아있는 권력도 엄중히 수사하라는 덕담과 함께.

그런데 윤석열, 이 양반 덕담을 덕담으로 받지 않고 ‘다큐’로 받는다. 진짜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한다. 하랬다고 정말 한다.

2019년 8월, 정경심(조국 부인)을 기소한다. 뭐지 이거? 뒤이어 조국을 기소한다(문재인 정권의 조국이 ‘누구’인지는 구태여 말 할 필요가 없다). 이제 막 가자는 거지. 내 임기가 아직 반 이상 남았는데...대통령이 놀랐을까? 화가 났을까?

연이어 법무장관 추미애∙박범계와 씨름을 하더니, ‘검수완박 부패완판’ 일성(一聲)하고 옷을 벗는다. 잘했어, 석열이 형. 이제 우리의 대통령 후보가 되어 주세요. 보수의 구애가 들끓는다.

그럼 윤석열은 정의와 공정의 진정한 화신인가? 아직 모르겠다.

장모와 처에 관련된 의혹은 1차 판결이 났다. 지난 인사청문회에서, 청와대와 여당의 정보력에 의하면 ‘별 거 아님’으로.

전 용산 세무서장 윤우진 건은 좀 구리다. 냄새가 그다지 향기롭지는 않다. 더하여 ‘검사’라면 크고 작은 나쁜 짓, 여남은 정도는 했을 거라는 막연한 의심이 있다.

여기서 잠깐! 나쁜 짓 하는 검사 때문에 검찰개혁이 필요한 거라는 지적, 백 번 옳다.

허나 검찰개혁은, 시작도 정치적 중립이요 끝도 정치적 중립이다. 정치적 중립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옹골차게 그리고 꾸준히 시간을 갖고 진행해야 된다. 어설프게 기구 하나 뚝딱 만들고 누구 수호한다고 해서 개혁이 되는 게 아니라.

여하튼, ‘머리가 더 크신’ 여당 대표 송영길이 ‘차곡차곡 준비’해서 다시 쑤시고 든다니 결과는 기다려 보자.

과연 사람에 충성하지 않았는지를. 수사권으로 보복을 한 깡패는 아니었는지를. 윤석열의 시간이 꽃길이 될지 가시밭길이 될지를.

자기 얘기하다가 삼천포로 빠졌다고 투정을 부릴 거 같다. 얼른 조국으로 돌아오자.

조국수호가 검찰개혁인 때가 있었다. 지금은 아닌 거 다 안다. ‘조국기부대’도 안다.

근데 왜 여직 난리여? 한 발 뒤로 물러나면 낭떠러지다. 다 죽는다. 아니 다 죽는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해서 이 자리에 왔는데. 니들은 더 해 먹었지 않았냐. 그래서 아직도 그들은 조국에, 조국의시간에 열광한다, 아니 열광해야 한다.

▲ 황정일 논설위원

그 덕에 책에 날개가 돋쳤다. 발매 당일 어마무시하게 팔렸다. 상반기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단다. 인세(印稅)가 짭짤하겠다.

유감스럽게도 내 손에는 ‘조국의 시간’이 없다. 이 책을 직접 보지 않아서 혹여 생뚱맞은 지적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책을 직접 읽지 않아서 비판의 날이 무디다 할 수도 있겠다. 이짝 저짝 두루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글 쓴답시고 책도 안 보고 기본이 안 되어 있네. 안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그런데 어쩌랴, 내 돈으로 책을 사기는 너무너무 아까운 것을.

[관련기사]

황정일 논설위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네이버밴드 카카오스토리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여백
;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주)뉴스파인더 | 등록번호 서울아01513 | 서울 서초구 방배중앙로 27길 25 | 전화 02-535-6474
발행인·대표 김승근/유동균 | 편집인 김태일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유성연
강북지사[업무국] | 133-834 서울 성동구 아차산로 77 |
Copyright © 2021 뉴스파인더. All rights reserved. mailto hemo@newsfin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