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성이 없는 정책이다’
‘지난 보궐선거에서 20대 표가 워낙 국민의힘 쪽으로 몰리다 보니 무리수를 던지는 것으로 보인다’

▲ 황정일 논설위원

‘20대를 얼마나 무시하고 기만하는지 알 수 있는 사례다’ 

최근 여권의 대선주자 ‘빅3’, - 이낙연(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경기도지사), 정세균(전 국무총리) - 세 분이 내놓은 정책에 대한 주변 20대의 반응이다. 

내용을 잠시 보자. 우선 이낙연은 군 복무를 마친 남성에게 가산점 대신 3천만 원을 사회 출발 자금으로, 이재명은 대학을 가지 않은 고졸자에게 1천만 원을 세계 여행비로 지원하자는 거다.

정세균은, 아이가 태어나면 국가가 20년 간 1억 원을 모아 스무 살이 되면 주자는 거다. 세 분 모두 돈이 얼마나 들지 생각은 해 본 걸까?

10조 원 이상의 예산 필요 

따져 보자. 국방부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군 전역자는 25만3,642명. 계산하면 7조6천억 원이 필요하다.

고등학교 졸업자 수는 50만373명이고 대학 진학자 수는 36만2,288명(교육부)이니 고교 졸업 미진학자는 13만7,485명. 계산하면 1조3천억 원.

출생아 수는 27만2,400명(통계청). 20년에 1억 원을 모으기 위해서는 매년 5백만 원이 필요하나 이자 등을 감안해서 넉넉잡아 450만 원으로 하자. 매년 1조2천억 원이 든다. 모두 합하면 10조 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하다. 적지 않은 돈이다. 

2020년 말 기준 대한민국의 국가 부채는 1,985조 원이다. 전년도에 비해 241조 원이 더 늘었다. 처음으로 GDP(1,924조5천억 원)를 넘어 섰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이다. 

부채가 많은 것도 문제지만 늘어나는 속도가 고속이라는 점이 더 우려스럽다. 2020년 IMF(국제통화기금)통계에 의하면, 지난 20년 동안 한국의 정부 부채는 연평균 11.1% 늘어 OECD 37개국 중 6번째로 빠르게 증가했단다.

살림살이를 나타내는 재정 수지는 어떤가? 지난해 총수입 478조 원, 총지출 549조 원으로 마이너스 71조 원이다. 1982년 이후 가장 큰 적자 폭이다. 벌이는 빠듯한데 씀씀이가 헤퍼서 매일 빚을 지는 집안은 언제든 폭망이다.  

국가 부채 사상 최대 

주위 환경도 좋지 않다. 기업 부채가 2020년 9월말 현재 총 2,112조 원이다. 규모도 문제지만 상황이 더 악성이다. 투자를 위해 돈을 빌리기보다는 빌린 돈의 이자를 갚기 위해 또 돈을 빌려야 하는 형편이다. 갚아야 할 이자보다 영업 이익이 적으니 그럴 수밖에. 중소기업 중 52.8%가 그렇단다. 이런 상태가 거듭되면 기업이 문을 닫는 일은 시간문제다. 

가계 부채도 심각하다. 2020년 9월말 현재 총 1,940조 원이다. 국민 한 사람이 안고 있는 빚이 4천만 원에 육박한다. IIF(세계금융협회)의 평가에 의하면 사실상 세계 최고 수준이란다. 빚을 갚을 수만 있다면 천문학적 수치라도 별문제 아니다. 벌어 쓸 수 있는 돈(가처분 소득)보다 갚아야 할 부채가 많으니(대비 170%) 빚이 빚을 낳는 악순환 구조이다. 

특히 2030세대가 총 부채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영끌, 빚투. 신조어가 떠오른다. 주가(株價)와 가상 화폐에 문제가 생긴다면 이들은 어찌될까? 경험하신 분들은 안다. 상상하기 싫다.  

인구의 변화도 유별나다. 지구촌에서 초고령화 사회로의 진입 속도가 단연 독보적이다. 반면에 출산율은 세계에서 으뜸으로 저조해 인구 자연 감소가 시작됐다. 경제 활동 인구는 줄어들고 복지 지출 부분은 점점 늘어난다는 의미다. 국가 재정에 압박이 더해질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이다.  

더하여 중국 기업들이 올해 갚아야 할 부채가 천문학적인 규모에 달해 Default(국가 채무 불이행)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보도는 아찔함을 준다. 예전에 미국이 기침만 해도 한국은 감기에 걸린다고 했다. 작금의 경제 구조상 중국이 기침하면 폐렴을 걱정해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재정 관리자의 안일한 판단과 정치인의 무상 공약 

이러저러한 우려에도 살림살이를 맡고 있는 관리들은, ‘다른 나라에 비해 사정은 양호’하다며 씩씩하다. 그러면 좋겠다. 그 말이 사실이었으면 좋겠으나 별로 미덥지는 않다. 

글 첫머리의 반응들이 20대를 오롯이 대변한다고 볼 수는 없다. 한창 자기 연마를 해야 할 시기에 의무적으로 군 복무를 한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엄청난 손해를 의미하므로 적절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여기서 빅3의 정책에 대해 속속들이 갑론을박(甲論乙駁)할 겨를은 없다.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다.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를 얼추 1년 앞두고 있다. 저마다의 후보들이 표를 얻기 위해 지금보다 ‘좀 더 쎈’ 무상 지원 공약을 앞다퉈 남발할 것이다. 국가 재정은 산으로 가든 바다로 가든 상관없다. 많은 국가가 무리한 재정 지출과 빛 부담으로 쇠락의 길을 걸었다는 세계사적 사실은 그들의 교과서에는 없다. 

제발 부탁으로 ‘나라 쫌 생각 합시다’ 해 봐도 부질없다. ‘나라’보다는 ‘표’가 우선일 터이니. 재정 관리들처럼 알량한 경제 지식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사정은 양호’하다며 견강부회(牽强附會)할 터이니. 

무상 공약의 실체, 꼼꼼히 따져야

20대, 님들의 ‘매의 눈’이 절실하다. 죽으나 사나 국가의 돈 관리는 재정 관리들에게 맡긴다지만, 관리나리들도 어쩌지 못하는 정치인들은 님들이 솎아 내야 한다. 고무신짝 하나, 막걸리 한잔에 표를 팔아 드셨던 어르신들과 달리, ‘언놈이 진정 나라를 생각하는 놈인지’ 가려야 한다. 내 코가 석잔데 무슨... 하지 말자. 내 일 아니라고 고개 돌리지 말자. 옥석(玉石)을 구분하는 데 노력과 수고를 아끼지 말자. 님들의 판단에 우리 모두의 미래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빅3의 정책에 ‘너무 그러지 좀 맙시다’는 소리가 절로 났다는, 같은 당 박용진(국회의원)의 이야기는, 그래서 유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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