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자를 만들어 특정 물품의 값을 떨어뜨리라는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 이를 두고 섣부른 통제와 규제라는 비판과 함께 스스로 가격을 조정하는 시장경제를 믿고 이를 지원하는 정책으로 전환할 것을 충고하는 주장이 나왔다.

 

자유기업원은 16일 배진영 인제대학교 국제경상학부 교수가 저술한 보고서 <인류 최초의 ‘물가관리 책임실명제’>를 발표했다.

 

배 교수는 “스스로 실패한 경험에도 불구하고 최근 정부는 물가관리 책임실명제를 하겠다고 나서고 있다”면서 “아마도 인류 최초의 가격관리 책임실명제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정책은 국민들로 하여금 정부정책의 진정성에 의심을 품고 호들갑으로 인식할 뿐”이라는 게 배 교수의 평가다.

 

배 교수는 한우의 산지가격 및 소비자가격은 시장에서는 이미 조정과정이 이뤄지고 있는 중으로, 가격관리 등 규제가 아니라 시장과정이 자연스럽고 신속하게 이뤄지도록 하는 게 맞다고 조언했다.

 

배 교수는 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격관리가 성공을 거두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면서 “시장의 힘을 이기는 장사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사회주의 경제체제가 붕괴된 것도 결국 가격관리의 불가능함에 기인한 것이며 계산가격(shadow price)의 논쟁은 이를 입증한다. 프랑스 대혁명기의 우유 파동과 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Hindenburg Program이나 영국을 비롯한 모든 국가들의 가격관리 정책들이 어떻게 귀결됐는지는 역사가 말해준다는 게 보고서의 요지다.

 

배 교수는 ‘시장친화적인 정권’을 내건 현 정부가 시장경제에 가장 반하는 가격관리에 나서는 것은 역설적이라고 꼬집었다. 2008년 취임 초 생필품 52개 품목을 특별관리하겠다고 했지만 지금 3년간 이들 물품은 일반 소비자물가보다 더 상승했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이같은 상황에서 대통령은 정권 말기에 한 걸음 더 나아가 특정 관료가 특정 품목을 책임지고 관리하는 ‘물가관리 책임실명제’를 지시한 것이다. 뒤늦게 가격통제가 아니라고 부산을 떨었지만 누가 들어도 사회주의 국가에서나 있음직한 가격통제 정책이란 게 배 교수의 주장이다.

 

배 교수는 지지세력과 반대세력으로부터 모두 뭇매를 맞는 정책을 내놓은 대통령과 그를 보좌하는 정책 참모들의 정치적 감각을 탓했다.

 

배 교수는 한우 산지가격이 폭락함에도 불구하고, 소비자가격이 내려가지 않자 대형 매장과 소비자들이 직접 유통마진을 없애려는 시도가 도처에서 전개되고 있으며 이것이 진정한 ‘시장의 힘’이라고 주장했다.

 

시장의 이런 조정과정을 통해 한우의 소비자가격이 낮아지면 한우 소비는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아울러 정부가 섣부른 시장개입 대신 산지와 소비자에 이르는 유통과정에 자유로운 시장진입을 저해하는 규제가 없는지부터 먼저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뉴스파인더 최원영 기자 lucas201@newsfin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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