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자유선진당 전 대표는 16일 “다음 정권은 반드시 거국내각, 열린 내각을 구성해 사회통합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같은 이 혼란을 치유하고 사회를 통합해 갈 수 있는 큰 결단을 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정의로운 보수적 이념과 신념을 가진 지도자가 나온다면 얼마든지 해 낼 수 있다”면서 “강대국에 추종하는 수동적인 사대외교, 패배주의적인 지정학적 굴레에서 벗어나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세우고 이끌어갈 천재일우의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보수가 한데 뭉쳐 다시 태어나야 한다”며 “탁류를 거슬러 홀로 선 나무가 될지라도 참 보수를 지키는 파수꾼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당초 일부 언론 등은 이 전 대표의 탈당이 임박했다고 보도했으나, 그는 “탈당은 전혀 생각한 바 없다”고 일축했다.

 

다만 성명서의 맥락으로 비춰봤을 때 보수대연합의 수순밟기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추측에 무게가 실린다. 당 안팎에서는 이번 발표를 두고 이 전 대표가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이 주도하는 ‘국민생각’(가칭) 등 제3신당과 보수대연합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거국내각’이라는 개념은 이미 2008년에도 본인이 주장한 바 있는 새로운 내용이 아니기 때문이다. 당시 이 전 대표는 친이-친박 화합차원에서 제기된 ‘박근혜 총리설’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특히 이 전 대표는 정당정치, 그중에서도 이른바 ‘보수의 위기’에 대해 “그동안 이념과 철학도 없이 입으로만 보수와 진보를 자처하는 정치꾼들이 그저 보수라는 외투만 걸치고 반(反)보수적 언행을 계속해 왔기 때문”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을 반보수 인사로 규정하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지난 2007년, 10년 동안의 좌파정권에 신물이 난 우리 국민은 많은 의혹과 문제점에도 개의치 않고, 이명박 후보를 보수라고 생각해 대통령으로 뽑았는데 스스로 보수이기를 거부했다”면서 “개념도 없이 보수인 척 하더니 어느 날 갑자기 어정쩡한 중도실용을 당의 이념이라고 주장할 때 국민은 경악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보수의 핵심 가치를 실현하고 정책으로 엮어 냈더라면 결코 보수정권은 실패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모든 것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실패이지 보수의 실패가 아니다”라며 현 상황 자체가 ‘보수의 위기’로 매도되는 것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보수의 사전적 의미는 ‘보전하고 지킨다’는 뜻”이라며 “지금 보수의 위기는 곧 대한민국의 위기”라고 규정했다.

 

한편 이 전 대표가 물러난 현재의 자유선진당은 창당 이래 최대의 시련을 겪고 있다. 이용희·이상민·김창수 의원이 본래 자신들의 ‘정치적 고향’인 민주당으로 복당해 3석이나 줄어든 상태고, 이 대통령과 두 차례 비밀회동을 가진 심대평 대표는 일부 시·도위원들에게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당한 상태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표는 “대표에 대한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이라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당이 분열되지 않도록 당사자들 간에 한발씩 물러나는 정치적 화합이 필요하다”며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뉴스파인더 김봉철 기자 (bck0702@newsfin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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