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수지 기자] 지난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이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통계청이 8일 발표한 '2020년 연간 지출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240만원으로 1년 전보다 2.3% 감소했다.

이는 1인 가구를 포함해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6년 이래 가장 높은 감소율(조사방법 다른 2017·2018년은 미포함)이다.

물가 상승을 고려한 실질 소비지출은 2.8% 줄었다.

지출 항목별로 보면 오락·문화 지출(14만원)이 전년 대비 22.6%, 교육 지출(15만9천원)은 22.3%, 의류·신발(11만8천원)은 14.5%, 음식·숙박(31만9천원)은 7.7% 각각 줄어 모두 역대 최대 감소율을 기록했다.

정구현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코로나19의 여파로 국내외 단체여행이나 운동, 오락 시설 등의 이용이 줄고 외식이나 주점 등 식사비도 줄었다"면서 "교육 지출은 학원 수업 축소와 고교 무상교육 확대 등의 영향으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외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 통신비 지원의 영향으로 통신 지출(12만원)도 2.6% 줄었다.

반면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38만1천원)은 1년 전보다 14.6% 증가해 역대 최대 증가율을 나타냈다.

코로나19 이후 집밥 수요가 늘어난 가운데 식품 물가가 4.4% 오른 탓이다.

보건 지출(22만1천원)은 마스크와 영양제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9.0% 증가했다.

주류·담배 지출(3만8천원)은 1년 전보다 4.8% 증가했는데, 주류(13.7%)는 증가했으나 담배(-0.7%)는 소폭 줄었다.

 

지출 항목별 비중은 식료품·비주류음료(15.9%)가 가장 컸고, 그 외 음식·숙박(13.3%), 교통(12.0%), 주거·수도·광열(11.9%) 등 순이었다.

가구원 수별로 보면 1인 가구 월평균 소비지출은 132만원으로 전년보다 7.4% 줄었다.

1인 가구 지출은 식료품·비주류음료(9.4%), 주거·수도·광열(1.0%) 등에서 늘었고 교통(-33.0%), 교육(-40.2%) 등에서 크게 줄었다. 

정 과장은 "1인 가구의 경우 코로나 사태로 이동이 줄면서 교통 지출이 크게 줄어든 반면, 사실상 월세 지출이라 할 수 있는 실제주거비는 다소 올랐다"고 설명했다.

그 외 2인 가구 지출이 204만원(-1.6%), 3인 가구 301만원(1.0%), 4인 가구 369만4천원(-0.7%), 5인 이상 가구 397만2천원(-2.5%) 등으로 나타났다.

지출 비중을 항목별로 보면 1인 가구는 주거·수도·광열 지출(25만7천원) 비중이 19.5%로 가장 컸다. 월평균 소비지출의 5분의 1은 주거 관련 비용으로 나간 셈으로, 지출 비중은 전년(17.9%)보다 더욱 확대됐다.

반면 4인 가구와 5인 이상 가구는 교육 지출 비중이 각각 12.2%, 13.4%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가구주 연령별 월평균 소비지출은 39세 이하 가구가 237만6천원(-2.6%), 40∼49세 가구 309만원(-3.4%), 50∼59세 가구 278만3천원(-2.2%), 60세 이상 가구 169만5천원(2.1%)으로 집계됐다.

가구주 연령대 가운데 전년 대비 지출이 증가한 것은 식료품 지출 비중이 큰 60세 이상 가구뿐이었다.

지난해 가구별 소득 수준에 따라 소비지출 규모는 크게 달랐다.

소득 하위 20%(1분위)는 월평균 105만8천원을 쓴 반면, 소득 상위 20%(5분위)는 월평균 421만원을 소비했다. 

특히 교육 분야 소비지출의 경우 1분위가 1만6천원, 5분위가 40만3천원으로 소비차가 25.2배에 달했다.

다만 여기에는 1분위와 5분위의 가구 특성이 다른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분위의 경우 평균 가구원 수가 1.44명에 불과하고 가구주 연령도 62.3세인 반면 5분위는 가구원 수가 3.35명, 가구주 연령은 50.2세였다.

1분위 가구는 식료품·비주류음료(15.7%), 주거·수도·광열(5.4%) 등에서 지출이 늘었다.

5분위 가구는 지난해 자동차 구입이 늘어난 영향으로 교통(18.2%) 지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소비 지출 비중도 1∼4분위 가구는 식료품·비주류음료가 가장 컸으나 5분위 가구는 교통 지출 비중이 15.2%로 가장 높았다.

정 과장은 "5분위는 소비 여력이 가장 큰 가구인데, 지난해 해외여행 등이 막히면서 소비 품목이 이전된 효과도 있는 걸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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