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흑자율 모두 30% 상회

[윤수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었던 지난해 가계의 흑자 규모가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재난지원금으로 가계의 소득은 늘었지만 경제주체들이 위기 상황에서 지출을 크게 줄이면서 나타난 이른바 '불황형 흑자'다.

통계청의 가계동향 조사 결과를 21일 보면 지난해 전국가구(2인 이상)의 흑자율은 1분기 32.9%, 2분기 32.3%, 3분기 30.9%, 4분기 30.4%로 모두 30%를 넘었다.

2003년 이후 작성된 가계동향 조사에서 가계가 30% 이상 분기 흑자율을 기록한 것은 단 5차례다. 2016년 4분기 30.3% 한차례를 제외하면 모두 지난해에 발생했다.

흑자율은 가계가 벌어들인 돈에서 소비와 지출을 하고 남은 돈의 비율을 의미한다.

소득에서 조세와 연금, 사회보험료, 이자비용 등 비소비지출을 제외한 금액이 처분가능소득인데 여기서 다시 일상적인 의식주 지출 등을 제하고 나면 흑자액이 된다. 흑자율은 처분가능소득에서 흑자액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지난해 가계의 흑자가 늘었던 것은 더 벌었다기보다는 돈을 쓰지 않거나 혹은 못 써서 발생한 즉 불황형 흑자의 결과다.

 

소득 감소에 대한 두려움이 클수록 소비 지출 폭은 커지게 된다. 현재 소득이 줄어드는 데 따른 기계적인 지출 감소와 미래 소득의 불안정성을 대비한 예비적 저축 수요가 더해지면서 지출이 더 크게 위축되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최고 흑자율을 기록한 지난해 1분기의 경우 가장 두드러졌다.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35만8천원으로 3.7% 늘었지만 가계지출은 394만5천원으로 4.9%나 감소했다. 가구당 평균 소득은 2분기에는 4.8%, 3분기에는 1.6%, 4분기에는 1.8% 늘었다. 가계지출은 2분기에 1.4% 늘어난 것을 제외하곤 3분기에 2.2%, 4분기에도 0.1%씩 감소했다.

코로나19 사태의 경우 과거 경제 위기에 비해 평균 가계의 소득이 늘어난 부분도 다르다. 정부가 지급한 보편·선별적 재난지원금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가계의 평균 소득은 어떻게든 늘었는데 지출이 크게 줄었으므로 흑자율이 올라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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