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이 ‘전당대회 돈봉투’라는 오물을 거의 동시에 뒤집어썼다. 그러나 ‘돈봉투’ 사건에 대처하는 태도는 극과 극이다. 한나라당은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으나 민주당은 수사의뢰는커녕 자체조사로 파문을 축소하는 데 안간힘이다. 급기야 사건 자체를 깔아뭉개기 시작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돈봉투’ 구정물을 사방에 튀기며 서로 죽이지 못해 몸부림이다.

2008년 ‘박희태 돈봉투’로 친 이명박 대통령 진영의 구주류 전체가 부도덕 집단으로 내몰리자 친이계가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물고 늘어지는 ‘물귀신 작전’에 나섰다. 친이계의 홍준표-원희룡 의원이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때 박근혜 쪽도 조직동원을 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문제는 2008년 ‘박희태 돈봉투’인데 갑자기 2007년으로 시계를 돌린 것이다. 그것도 이명박 후보에게 아슬아슬하게 패한 박근혜 후보를 향한 오물 투척이다.
 
친이계의 좌장 이재오 의원 측은 최측근 안병용 씨가 박희태 돈봉투 살포로 검찰수사를 받자, 역시 2007년 박근혜 캠프 경선자금 폭로를 위협했다. 이재오 의원과 가까운 한 당협위원장은 "2007년 박근혜 캠프에 재력가들이 수십억 원을 모아 운용자금을 댔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친박 좌장 홍사덕 의원은 "시덥지 않은 얘기"라고 웃어 넘겼다.

홍, 원, 이 의원은 박희태 돈봉투가 국회의원후보 공천 과정에서 '친이계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끌어들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박희태 돈봉투는 골수 친이계인 고승덕 의원이 폭로한 것이다. 정두언 의원에 따르면 고 의원은 ‘이상득 의원의 양아들’이다. ‘이상득 양아들’의 폭로로 친이 세력이 유탄을 맞게 되자 박 비대위원장에게 구정물을 덮어씌우겠다는 ‘자해공갈’이다.
 
더구나 작년 전당대회 대표 경선에서 승리한 홍준표 의원과 3등한 원 의원은 그런 주장을 할 자격조차 없는 입장이다. 홍 의원이 후보로 나선 대표경선에서도 거액이 오갔다는 증언이 나온 마당이다. 홍 의원은 당시 야당으로부터 저축은행으로부터 자금을 받았다는 공격을 받지 않았는가? 또 원 의원 역시 대표경선에서 친이 진영의 전폭지원을 받았다. 그럼에도 원 의원은 3등에 그쳤다. 이번에는 홍-원 의원이 “누가 검은 까마귀냐”로 시비다. 작년 대표경선에서 상대방이 ‘돈질‘을 했다는 손가락질이다. 아예 ’막장‘이다.

한나라당의 ‘자해’가 난무하는 가운데 한나라당을 ‘재창당’하자는 주장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돈봉투’ 사건으로 만신창이가 됐으니 당 간판을 바꿔 국민의 눈을 속이자는 것이다. 이건 아예 ‘자폭공갈’ 수준이다. 민주당에서 열린우리당으로, 열린우리당에서 민주당으로, 민주당에서 다시 열린우리당으로 명찰만 바꾼 눈속임을 한나라당도 하자는 주장이다. 그런 눈속임에 넘어갈 국민은 아무도 없다.
 
민주당의 ‘돈봉투’는 현재진행형이지만 대표경선에 나온 후보들이 갑자기 입을 “싹” 다물기 시작했다. 대표경선 유세에서도 ‘돈봉투’에 대한 비난이나 자성은 사라졌다. 돈봉투를 문제 삼을 경우 민주당 전체가 공멸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민주당 전체가 돈봉투의 ‘공범’이 되겠다고 작정한 것이다. ‘조폭의 미덕’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런 공범의식조차 없다.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산다“는 식이다. 과연 상대를 죽이면 내가 살 수 있을까? 바보도 이런 천치바보가 없다. 한나라당의 자해공갈병은 죽어야 낳는 병일지 모른다. ‘친이’가 당한다고 유력, 유일 대선후보인 박근혜 비대위원장까지 물고 늘어지고, 그것도 모자라 ‘친이’끼리 헐뜯는 바보와 저질들의 행진은 그 종착점이 어디일까? ‘조폭’만도 못한 한나라당의 조직기강이 딱할 뿐이다.
오윤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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