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월 시작된 시리아의 민주화 봉기가 해를 넘기며 10개월째를 맞았다. 정부의 강경진압으로 거의 6,000여 명의 민간인이 사망했으나 유혈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아랍의 봄”으로 촉발된 시리아의 민중봉기는 비극을 상징하는 기록들을 세우고 있다. 시위대를 무차별 학살하는 잔혹성에서 전례가 없고 갈수록 늘어나는 사망자 수에서 기록적이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유독 시리아에서 전대미문의 참극이 벌어지는 건 북한식 권력 세습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현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은 2000년에 병사한 아버지 하페즈 알-아사드로부터 정권을 승계하여 11년째 집권하고 있다. 북한의 권력 세습이 그렇듯이 시리아 정권도 독재로 유지된다. 전임 하페즈 알-아사드는 29년의 장기집권 끝에 사망을 눈앞에 두고 아들을 후계자로 만들었다. 중동에 각종 살상무기를 판매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권력 세습까지 수출하는 북한 김씨 일가의 광기에 전율이 느껴진다.

시리아가 권력 세습을 돈을 주고 산 것은 아니다. 아마도 모방했거나 힌트를 얻었을 가능성이 크다. 아랍에서 사우디아라비아나 요르단 같은 왕국을 제외하고는 의회 공화국 체제에서 부자세습을 한 나라는 시리아가 유일하다. 북한은 워낙 특이한 독재체제이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쿠데타가 수시로 일어나고 의회 정치제도를 경험한 시리아 같은 나라에서 부자세습 정권이 탄생한 건 원초적으로 불씨를 잉태한 셈이다. 시리아 정부군이 시위대를 무자비하게 진압하는 모습은 권력 세습의 해독을 입증한다. 독재와 정권의 무능에 대한 국민의 불만을 가혹한 탄압으로 억누르고 있는 점에서 그렇다.

시리아의 유혈사태를 보다 못한 아랍연맹은 최근 아사드 정부와의 협상에서 시위가 일어나는 모든 지역에서 보안군을 철수하고 유혈진압을 중단하며 모든 정치범을 석방하는 내용의 평화안에 합의했다. 이 합의에 따라 50여 명으로 구성된 아랍연맹 감시단이 작년 말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 도착했다. 그러나 감시단의 입국을 전후해 유혈사태는 더욱 가열되었다.  수도에서 두 대의 차량 폭탄이 터져 44명이 죽었다. 자살 폭탄 사건이 일어나기는 처음이다.

정부는 이를 알카에다와 외부 세력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국제사회는 이를 믿지 않고 있다. 이어 최대의 반정부 시위가 일어난 지방도시 홈스에서는 정부군이 민간 주택을 향해 무차별 사격을 가해 수십 명이 죽었다. 다른 도시에서도 양민학살이 자행되고 있다.

아사드는 리비아의 카다피처럼 사실상 권력 기반을 상실한 채 종말을 앞두고 있다. 아랍연맹은 이미 시리아를 회원국에서 제명했다. 미국, 프랑스, 스페인, 불가리아 및 유럽연합(EU)은 시리아 시위대가 조직한 “시리아국가위원회”를 유일 합법정부로 승인하고 모든 제재를 가했다. 지난 10월 카다피 정부를 붕괴시킨 리비아도 임시정부를 승인했다. 정부군의 이탈도 이어지고 있다.

1차 대전 후 오토만 제국이 멸망한 후 공화국으로 독립한 시리아는 한때 아랍 최대의 이슬람 국가로 촉망을 받았다. 제법 민주적인 선거를 통해 합헌 정부가 출범한 적도 있었으나 모두 쿠데타로 무너졌다. 1971년 집권한 하페즈는 비상조치법을 동원해 모든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바트당 독재를 시작했다. 그의 재임 29년은 민주주의와 인권을 말살한 암흑시대였다. 어느 점에서는 북한의 김일성 수령 체제가 무색할 정도였다.

권력의 정통성을 확보하지 못한 하페즈는 사후의 체제안전을 위해 아들에게 정권을 이양했다. 아들은 한술 더 떠서 김정일식 탄압을 계속했다. 민중 봉기를 총칼로 진압하는 잔혹성은 북한에 뒤지지 않는다. 독재권력, 특히 부자세습에 의한 독재의 해악을 북한에서 익히 보아온 국제사회는 시리아가 이를 닮고 있는 모습을 보고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다.  

시리아 소요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러도 아사드의 태도는 여전히 강경하다. 그는 자신의 폭정에 대해서는 눈을 감은 채 모든 소요의 책임을 외국 “테러리스트”에 돌리면서 퇴진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다. 탱크, 대포, 기관총까지 동원해 시민을 학살하는 기세로 미루어 카다피 같은 최후도 불사하려는 듯하다. 게다가 아랍연맹 감시단의 활동마저 지지부진해 사태의 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서방 분석가들은 정부군의 진압방식이 “금지선”(red line)을 넘었다고 말했다. 이제는 누가 죽든 어느 한 쪽이 죽어야 비극이 끝날 듯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시리아 사태가 종국에는 아랍 민주화 봉기 가운데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내는 최악의 비극을 연출하지 않을까 우려했다.

북한의 김정은 체제도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 하물며 국민의 80%가 종교적 신념으로 무장한 수니파 회교도들을 상대로 세습권력을 유지하려는 아사드는 권력의 "종국"(endgame)을 보여준다.
조홍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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