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수지 기자] 지난달 은행의 가계대출이 10조원 넘게 늘면서 10월 기준으로 역대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신용대출은 크게 줄었지만, 전세자금 대출을 포함한 주택 관련 대출이 7조원 가까이 늘었다.

1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0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9월 말보다 10조6천억원 증가한 968조5천억원이다.

2004년 통계 집계 이후 최대 기록인 8월 11조7천억원보다는 적지만, 9월 9조6천억원과 비교해 1조원 많다. 더구나 10월 증가 폭만 보면, 역대 가장 큰 규모다.

▲ 가계대출 추이(은행)[한국은행 제공]

가계대출 가운데 전세자금 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잔액 709조4천억원)은 한 달 사이 6조8천억원 불었다. 지난 2월의 7조8천억원보다는 적지만, 8월(6조1천억원)과 9월(6조7천억원)에 이어 3개월 연속 6조원을 웃돌았다.

전세자금은 3조원 늘었다. 역시 8월(3조4천억원), 9월(3조5천억원)을 포함해 3개월째 3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신용대출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타대출(잔액 258조2천억원)도 3조8천억원 증가했다. 9월(3조원)보다 8천억원 많지만, 역대 최대였던 8월(5조7천억원)보다는 1조9천억원 적다.

윤옥자 한은 시장총괄팀 과장은 "주택담보대출은 주택 매매·전세 관련 자금 수요에 더해 앞서 승인된 집단대출까지 실행되면서 상당 폭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전세자금 대출과 관련해선 "전세 거래량이 줄더라도 전세가격이 상승하는 경우 전체 대출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며 "아울러 은행들이 꾸준히 전세자금 대출을 늘리는 것도 증가세의 한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 기업 자금 조달 추이[한국은행 제공]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이날 발표한 '10월 중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제2금융권에서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졌다.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은 카드대출을 중심으로 2조5천억원 늘었다. 이는 지난 9월 증가폭(1조3천억원)의 두 배 이상이다.

은행권을 포함한 금융권 전체로 보면 가계대출이 한 달 간 13조2천억원 늘어난 셈이다.

주택담보대출은 9월과 마찬가지로 4천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카드 대출·비주택 담보 대출 등 기타대출이 2조1천억원 불었다. 다만 기타대출에 포함된 제2금융권 신용대출 증가액은 7천억원으로, 8월(1조1천억원)과 9월(8천억원)보다 줄었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추석 연휴 카드 결제 수요, 이사철 자금 수요 등 계절 요인으로 9월보다 10월 가계대출 증가 폭이 커졌는데, 예년과 유사한 흐름"이라며 "신용대출의 경우 지난 8월의 급증세가 어느 정도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기업 대출을 보면, 10월 말 기준 기업의 은행 원화 대출 잔액은 9월 말보다 9조2천억원 늘어난 975조2천억원으로, 증가폭은 지난 4월(27조9천억원), 5월(16조원)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작지만, 9월(5조원)보다는 4조원 이상 많다.

대기업 대출은 1조원 늘어나는 데 그쳤고, 중소기업(개인사업자 포함) 대출이 8조2천억원 늘었다.

여신(대출)이 아닌 은행의 수신 잔액은 10월 말 현재 1천892조4천억원으로 한달간 2조3천억원 늘었다.

수신 종류별로는 언제라도 빼서 필요한 곳에 쓰기 쉬운 단기자금 성격의 수시입출식예금이 5조3천억원이나 줄었다. 부가가치세 납부 관련 기업자금이 인출됐기 때문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 주요 금융기관 수신 현황[한국은행 제공]

하지만 정기예금의 경우 일부 은행의 규제 비율 관리를 위한 법인자금 유치 등의 영향으로 2조5천억원 늘었고, 은행채도 1조8천억원 정도 불었다.

자산운용사의 수신은 14조9천억원 급증했다. 분기말 재무비율 관리 차원에서 빠져나간 은행 자금이 다시 들어오면서 MMF(머니마켓펀드)가 12조7천억원 늘었고, 9월 1조2천억원 줄었던 주식형 펀드도 한 달 새 1조원 증가했다.

국고채(3년) 금리의 경우 10월 말 0.94%, 이달 10일 기준으로는 0.98% 수준이다. 미국의 추가 경기 부양책 합의 기대, 국내외 긍정적 경제 지표, 미국 대선 결과 등의 영향으로 다른 주요국 금리와 함께 오르는 추세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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