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군사 회담이 결렬된 후 김정일 독재정권은 역적패당이라는 용어까지 써가며 한국정부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에 나섰다. 한국정부는 “대화의 문은 열려있다”며 남북대화를 부정하지 않지만 대화는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에 대한 사죄와 재발방지가 전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 마디로 한 차례의 남북 대화는 사전에, 또는 회담과정에 김정일의 대남도발이 쌓아놓은 앙금을 그들 자신이 해소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는 것을 명백하게 알 수 있게 한 회담이었다. 김정일도 그것을 잘 알 것이다.

그렇지만 그들은 절대로 사죄 같은 것은 하지 않을 것이다. 이유는 정당하다고 떠들던 그들이 사죄한다면 자신들의 부당성을 시인하는 것으로 되고, 그 시인이 만들어 놓을 후폭풍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우선 부당성을 시인하는 것 자체가 북한 군부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지금 북한의 상황을 살펴보면 김정일 독재정권의 처지는 진퇴양난이다. 진퇴양난이지만 가만히 앉아있을 수도 없는 것이 3대 세습을 강행하는 김정일 독재정권의 처지이다. 최악의 경제난과 갈수록 가속(加速)하는 민심이반을 잠재우려면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하는 것이 김정일 독재정권의 처지이다.

한 마디로 김정일 독재정권은 지금 “범의 꼬리”든 “소달구지 끈”이든 잡아야 하는 처지이다. 여기에서 이야기하는 “범의 꼬리”란 화약 냄새를 피워 걷잡을 수없이 와해되는 북한사회와 주민들을 경직시켜 놓는 것이고 “소달구지 끈”이란 외부의 지원이라도 받아 경제난과 굶주림 속에 악화되는 민심을 잠 재워 놓는 것이다.

그것은 새해벽두부터 꾸준히 그들이 외쳐온 대화제안을 통해서도 잘 알 수 있다. 최근 김정일 독재정권의 한국과 국제사회에 대한 자세와 태도를 살펴보면 그들은 우선 당분간이나마 “소달구지 끈”을 잡아보려고 계책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들은 우선 국제사회의 고립을 다소나마 해소하고 지원을 받아내어 북한에 몰아치는 최악의 경제난속에 키 돋음하는 소요 요소들과 혼란을 잠재우려고 획책했다.

그러나 진정성이 없는 그들의 “소달구지 끈” 잡기도 닭 쫓던 개의 신세처럼 공허해지고 있다. 그러면 김정일 독재집단은 이후 어떻게 할 것인가. 신세타령만 하고 있을까. 아니다. 그들은 “소달구지 끈”을 못 잡으면 다음에는 꼭 “범 꼬리”를 잡는다. 그것은 김정일 독재정권의 속성이다. 또한 그것은 잠재적인 혼란과 소요 요소 속에 존재하는 김정일 독재정권이 택할 수밖에 없는 길이다.

그들에게는 두 가지 길이 있다. 첫째는 외부의 원조를 받아 최악의 경제난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내부혼란을 잠재우는 것이고 둘째는 경제난을 해소할 수 없으면 피바람이나 화약 냄새를 피워 정세긴장이라는 미명하에 북한사회와 주민들을 경직시키는 방법으로 키 돋음하는 혼란과 소요 요소들을 눌러놓는 것이다.

특히 북한상황을 살펴보면 북한내부에서 대남정책은 지난시기와 지금 정반대의 특징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시기에는 적화통일을 “민족 최대의 과업”이라고 외치는 그들의 대남정책이 북한내부를 총동원하는 절대적인 것으로 자리매김 했지만 지금은 위기 속에 존재하는 정권이 대남정책도 내부 위기극복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금 김정일 독재정권은 식량위기도 한국의 원조로 해결하려 하고 또 와해되는 북한사회를 경직시킬 필요가 있을 때도 한국에 무력도발을 해서 정세를 긴장시키는 방법을 반복하고 있다.

그러면 김정일 독재정권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최악의 식량난 속에 만연해지는 혼란과 소요 요소들. 그런 관계로 미래가 불투명해지는 3대 세습. 더욱 강경해져 굴복하지 않는 한국정부.

분명한 것은 김정일 독재정권이 “소달구지 끈” 잡기가 공허해지면 그냥 주저앉아 먼 산만 쳐다볼 집단도 아니고 또 그럴 여유도 없다는 것이다.

며칠 전 군 장교출신의 한 탈북자는 북한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 이렇게 말했다. “북한의 내부 상황을 자세히 살펴보면 김정일 독재정권의 대남도발에는 그들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그들 나름대로의 그 이유를 살펴보면 대남도발을 사전에 예측해 볼 수도 있다”

진선락 기자 dmsgur325@hotmail.com

저작권자 © 뉴스파인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