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이 자괴현상을 빚고 있다. 현존 권력과 원내 다수당이 밖에서 오는 힘으로 파괴되는 게 아니라 안에서 생긴 내상(內傷)으로 자멸하고 있는 꼴이다. 디도스 공격, 이상득 ‘형님’ 보좌진의 거액 수수, 전당대회 돈 봉투 추문, 비대위의 ‘보수’ 강령 삭제 논란, 친이(親李)계 숙청으로 나타나는 고질적 내홍(內訌)... 등이 모두 제 발로 스스로 차 넣는 자살골들이다.

누가 뭐랬나, 누가 어쨌나, 왜 다른 사람 가만있는데 제풀에 거품 뿜으며 나자빠지는가? ‘뿌리 깊은 나무’의 세종대왕이 봤다면 뭐라고 했을까? “웬 지X...?” 했을 것이다.

이들이 자멸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필연이다. 몰(沒)가치적이고 편의주의적 사고방식을 가진 위인들의 사상누각이 와르르 무너지는 것이다. 눈앞의 얕은 잇속만 챙기려 하고, 하루가 멀다고 이랬다저랬다 원칙 없이 굴고, 그때그때의 유행가 가락에나 맞추려 하고, ‘쎄’다 싶은 X 눈치 보기에 바쁘고, 천하(天下)엔 보이진 않지만 도(道)라는 게 있다는 걸 우습게 여긴 ‘뼛속까지 천박성’이 급기야 밑천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위인들은 좌파나 안철수가 아니더라도 진지한 우파에 의해서도 당연히 배척받아야 한다. 우파는 그렇다면 ‘그나마 한나라당’마저 가면 어떡하느냐고? 그런 말은 이제 그만하자.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인생을 가짜에 기대서 살 생각일랑 말아야 한다.

현 집권 세력은 가짜였다. 모조품이었다. 모조품 악세서리를 차고 파티에 갔다가 들통 난 꼴이었다. 모조품인 줄 알면서도 할 수 없이 차고 가긴 했지만 더는 안 되게 되었다. 버려야 한다.

바닥으로 가게 됐다면 갈 각오를 하는 게 유턴 할 자격이 있는 마음가짐이다. 비대위, 재창당, 쇄신, 대국민 사과, 공천 물갈이, 당명개정, 강령수정... 다 웃기는 얘기다. 물에 빠져 개헤엄 치는 꼴이다. 매사 너무 늦었다. 그런 말에 혹할 사람 없다. 왜 이제야 허둥대는가?
류근일<언론인>

저작권자 © 뉴스파인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