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현 기자] '접촉사고 처리부터 하라'며 구급차 앞을 막아 응급환자 이송을 방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전 택시기사 최모(31)씨가 첫 재판에 출석해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다.

4일 서울동부지법 형사3단독 이유영 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기일에서 최씨의 변호인은 "일부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혐의를 제외하고는 공소사실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최씨는 지난 6월 8일 서울 강동구 지하철 5호선 고덕역 인근 한 도로에서 사설 구급차와 일부러 접촉사고를 내고 '사고 처리부터 해라. (환자가) 죽으면 내가 책임진다'며 10여분간 앞을 막아선 혐의를 받고 있다.

환자 유족에 따르면 최씨의 이송 방해로 구급차에 타고 있던 79세의 폐암 4기 환자가 음압격리병실에 입원할 기회를 놓쳐 상태가 악화했고 이날 오후 9시께 숨졌다.

이 사건은 숨진 환자의 아들이 택시기사를 처벌해 달라며 지난 7월 초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알려지면서 공분을 샀고, 최씨는 그달 24일 구속됐다.

최씨는 이 사건 3년 전인 2017년 7월 용산구 이촌동 부근에서도 한 사설 구급차를 일부러 들이받고 "응급환자도 없는데 사이렌을 켜고 운행했으니 50만원을 주지 않으면 민원을 넣겠다"고 협박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또 전세버스나 회사 택시, 트럭 등의 운전 업무에 종사하면서 2015∼2019년 총 6차례에 걸쳐 가벼운 접촉사고를 빌미로 2천여만원의 합의금과 치료비 등을 챙긴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최씨에게 특수폭행과 특수재물손괴, 업무방해, 사기, 보험사기방지특별법위반, 공갈미수 등 6가지 혐의를 적용해 지난달 14일 재판에 넘겼다.

다만 최씨의 변호인은 두 차례의 구급차 고의사고에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혐의가 적용된 데 대해서는 "혐의를 부인한다"며 "편취의 고의가 없었고 2017년에는 과실비율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실행에 착수하지 않았다는 취지"라고 주장했다.

최씨의 다음 재판은 이달 23일 열린다.

이와 별개로 경찰은 환자의 유족이 최씨를 살인과 특수폭행치사 등 9가지 혐의로 고소한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유족 측은 최씨의 고의적 이송방해로 환자가 치료 골든타임을 놓쳐 사망에 이르게 됐다며 가족이 겪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지난달 24일 제기했다.

저작권자 © 뉴스파인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