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합뉴스) 8일 낮 12시 50분께 남원시 금지면 귀석리 금곡교 인근 섬진강 제방이 무너지면서 주변 마을이 물에 잠겨 있다. 제방 붕괴로 이날 오후 6시 현재까지 이재민 300명 이상이 발생했다. [전북소방본부 제공]

[오인광 기자] 올해 장마 기간 집중호우로 모두 50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작년 한 해 풍수해 인명피해 17명(잠정)을 훌쩍 뛰어넘은 인명피해 규모로, 2011년 호우와 태풍으로 78명이 사망·실종된 이후 9년 만에 최악의 물난리가 발생했다.

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와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6월 24일 중부지방에서 장마가 시작된 이후 47일째인 이날 현재까지 집중호우로 인한 사망자는 38명, 실종자는 12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7월 13일 경남 함양에서 배수로 작업을 하던 남성 2명이 목숨을 잃은 것을 시작으로 같은 달 23∼25일에는 부산 지하차도 침수로 숨진 3명을 비롯해 울산·김포 등에서 모두 5명이 사망했다.

7월 30일에는 대전에서 통제된 지하차도를 지나던 행인 1명이 물에 빠져 숨졌고, 이달 1일부터 수도권과 충청, 전남 지역에 연달아 '물폭탄'이 쏟아지면서 30명이 숨지고 12명의 실종자가 발생했다. 

올해 호우 인명피해 50명은 아직 확정된 수치가 아닌 점을 고려해도 2011년 이후 가장 많다. 2011년은 중부권 폭우로 우면산 산사태가 일어났던 해로, 한 해 동안 호우로 77명, 태풍으로 1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호우 피해가 커진 데에는 올해 장마가 유례없이 길어진 영향이 크다.

중부지방의 경우 역대 장마가 가장 길었던 해는 2013년의 49일이고, 장마가 가장 늦게 끝난 해는 1987년 8월 10일이다. 올해는 6월 24일 이후 47일째 장마가 계속되고 있는데다, 특히 8월 1일 이후 중부와 수도권, 남부 등을 번갈아 가며 쉴 새 없이 폭우가 쏟아지고 있다. 이 영향으로 약해진 지반이 버티지 못하고 잇따라 산사태가 일어나면서 인명피해를 키웠다.

▲ (연합뉴스) 8일 오후 전남 곡성군 오산면 한 마을에 산사태로 흘러내린 토사가 주택 주변에 쌓여 있다. 전날 발생한 산사태는 주택을 덮쳐 5명이 매몰돼 모두 숨졌다.

행안부 관계자는 "예년 장마 때는 비가 소강상태를 보이는 동안 땅이 굳을 수 있었는데 올해는 거의 쉬지 않고 내리면서 지반이 계속 약해졌다"며 "이 때문에 급경사지는 물론 얕은 야산에서도 토사가 쓸려내려 주택을 덮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6월 말부터 호우특보에 따라 간헐적으로 중대본 비상 1∼2단계로 대처해온 정부는 이달 1일 오전 다시 1단계를 가동했고 2일 오후 대응 수위를 최고 수위인 3단계로 높였다.

주의-경계-심각 순으로 올라가는 풍수해 위기경보 '심각'이 발령된 것은 그보다 늦은 3일 오후였다. 이미 1일 이후 사망·실종자가 17명이 나오고 800명 이상 이재민이 발생한 시점이었다.

문제는 이날 오전 3시 일본 오키나와 남쪽 해상에서 발생한 제5호 태풍 '장미'의 영향으로풍수해 피해가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태풍 '장미'가 예상 경로대로 북상해 10일 오후 경남 해안에 상륙하면 올해 우리나라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첫 태풍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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