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위시(wish)’를 봤다. 디즈니 창립 100주년 기념작이란다. 내용은 이렇다.마법으로 사람의 소원을 이루어 줄 수 있다는 ‘매그니피코(왕)’가 로사스 왕국을 세운다. 소원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에 많은 사람이 왕국의 국민이 되기 위해 모여든다. 모든 국민은 그를 사랑하고 존경한다. 그러나 사실은 달랐다. 오히려 마법을 이용해, 이루어질 수 없도록 국민의 소원을 가둬버린 것이다. 꿈과 희망은 자칫 잠재적인 불만의 원천이라 생각한 왕은 자신의 왕국에 티끌의 위해(危害)도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우연히 이를 알게 된 소녀
허은아와 류호정의 행보(行步)가 맞저울의 양편에 올라 비교가 되고 있다. 누가 더 참신하게 새로운 미래를 견인할까?사실 장삼이사(張三李四)는 두 분을 잘 모른다. 애써 찾아보니, 둘 다 대한민국 국회의원이다. 허은아는 국민의힘, 류호정은 정의당 소속이다. 여성이고 초선의 비례대표 의원이라는 점이 공통점이다. 소속 정당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외부에서 영입된 인사라는 점 또한 같다. 최근 두 사람은 새로운 정당을 만들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류호정은 전(前)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금태섭 등이 추진하는 ‘새로운 선택’에, 허은아는 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시즌이 왔다. 정의당은 이미 비대위를 띄웠고 국민의힘은 출시가 코앞이다. 더불어민주당도 앞뒤 위아래를 보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비대위는 말 그대로 비상시 한시적으로 구성되는 조직인데 최근에는 꼭 그렇지만도 않다. 비상(非常)이 비상이 아니다. 뭔 비상이 그리 자주 발생하는지 툭하면 비대위다. 큰 선거를 앞두고 루틴(routine)이 된 듯하다. 위원장은 주로 정당 밖의 인사가 맡는다. 자체 해결할 능력이 없다는 뜻이다. 정당 스스로 ‘우린 무능력한 집단입니다’하는 꼴이다. 비대위에 맡겨지는 용역은
대한민국 정치계의 큰 별에서 김대중 김영삼이 빠질 수 없다. 그들의 공(功)을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으뜸은 박정희-전두환 군부 독재에 몸을 던져 저항하면서 민주화의 불씨를 꺼트리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납치, 칠성판, 제명, 죽음의 단식. 민주주의를 지킬 수만 있다면 그들에게 사선(死線)은 한낱 문지방일 뿐이었다. 민주 정치의 구심점, 민주 시민의 아이돌. 김종필(JP)을 빼면 DJ(김대중) YS(김영삼)의 애칭이 그들만큼 잘 어울렸던 정치인도 없다. 그들이 대통령이 되면 대한민국 정치는 성큼 앞서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필자
원칙을 지키며 사는 삶은 대개 고롭다. 세상 이치가 그렇다. 학교에서는 원칙을 배우는 데 원칙대로 살면 괴롭다니? 모순인데 현실이다. 그걸 깨닫는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다. 원칙대로 살았더니 불이익이 오더라는. 빠르면 10대에 깨우친다. 원칙이고 뭐고 없다. 내 삶이 편하면 된다. 영악한 아이들이다. 60대가 되어도 깨닫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아니, 이치는 깨달았지만 고달파도 원칙을 붙들고 사는 사람이 있다. 미련한 사람들이다. 그들로 인해 세상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지만 당장은 팔다리가 고생이다. “선거는 승부다. 멋지게 지면 무
90년대 초반 가요계에 별이 떴다. ‘서태지와아이들’이 등장한 거다. 대학가요제 세대인 나로서는 처음엔 그들의 음악이 별로였다. 아니 ‘별로’를 너머 난삽하고 뜬금없네 였다. 음악에 기승전결이 없고 애들이 싸가지가 없쟈나 이거. 웬걸! 10대는 물론 열 살 아래 터울의 20대들은 달랐다. 서태지에 울고 아이들에 열광했다. 시대의 흐름을 읽고 초록의 요구에 정답을 내놓은 것이다. 그들과 동시대를 호흡하고 있다는 사실에 너무 행복하다는 대학 후배의 말에 소름까지 돋은 기억이 있다. 한국어는 구조상 랩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당시엔 다수
국회의원 장제원이 엊그제 한 말이다. 영남 중진의원은 서울 험지로 가야 된다는 국민의힘 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의 요구에 대한 반응이다. 정치 인생 그만두고 싶지 않으면 서울로 가야지. 누군가 이렇게 조언을 했을 수 있다. 협박일 수도 있고. 국어대사전에서 ‘알량하다’의 뜻을 찾아봤다. ‘시시하고 보잘것없다’라고 나온다. 즉 알량한 정치 인생은 시시하고 보잘것없는 정치 인생으로 해석된다. 장제원은 18, 20, 21대 국회의원이다. 3선이다. 19대는 당 공천에서 배제되어 금배지를 잃었다. 4년 동안 국회의원의 신분이 아닌 정치 인
지인(知人)과 택시를 탔다. 강남 가는 길이다. 아주 오랜만의 나들이다. 택시의 기본요금이 3,800원인 것도 새삼 알았다. 다 그 몹쓸 코로나19 덕분이다.차들이 별로 없어 도로가 널널 하다. 평일 오후라 그런가 보다. 택시가 동부간선도로를 씽씽 가른다. 시원한 바람도 만져보고 혹여 있을 코로나19 바이러스도 날려 버릴 요량으로 창문을 스윽 내렸다.하늘만큼 청량한 공기가 콧구멍을 세차게 찔러 댔다. 코에 바람 넣기다. 좋다. 버스나 지하철보다는 역시 택시다. 비싼 게 흠이지만. 지인에게 고맙다.재난지원금 받았어? 지인이 내게 묻는
“통일, 꼭 해야는 겨?”충청도 출신의 대통령이 나왔다. 갱제를 살려야 합니다 경상도에서도, 독재는 거시기 해부러얌다 전라도에서도 진즉이 대통령이 나왔는디 충청도에서는 원제 나오는겨? 드디어 나왔다(사투리를 익히면 곧 강원도, 제주도, 경기도 대통령도 배출할 예정이다).그 대통령이 요새 고민이 가득이다. 북한은 김정은이 죽고 김여정이 뒤를 이었다. 군부 내의 반발이 없지 않았으나 대포 몇 방으로 깔끔하게 정리. 그런 건 오빠를 빼쐈다. 그러곤 남쪽에 대고 살가운 손짓을 한다. 12년 전 박살낸 공동연락사무소를 함께 일으켜 세워 보잔
2016년 말 트럼트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다. 세계가 깜짝 놀랐다. 미국도 완전 맛이 갔네. 앞으로 어쩌지. 우려(憂慮)가 안도(安堵)를 제압한다. 그의 말과 짓거리는 럭비공이다. 어디로 튈지 모른다.대북 문제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오늘은, 언제든지 북한을 때릴 수 있다 하다가 내일은, 김정은과 대화하겠다 한다. 조울증 환자 아니야?2017년 북한은 여러 차례 핵실험을 단행한다. 미국 본토를 노리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미사일을 완성했다 주장한다. 온통 뻥만은 아닌 듯싶다. 한반도에서 곧 전쟁이 일어날 것 같은 위기감이 고
어떤 여자가 남의 집 앞에서 ‘감 놔라’ 하니 집주인이고 마당쇠고 갈피를 못 잡는다. 여자는 김여정이다. 북한의 사실상 권력 서열 넘버 투(two). ‘사실상’을 걷어내면 9위라든가 22위라든가. 올림픽 시즌이라 순위에 민감하다. 그녀가 한마디 한다. 한미군사훈련 연기하세요. 이거 우야노. 대한민국 권력 서열 1위 문재인은 머리가 복잡하다. 연기 안 하면 쏠라나? 대화 안 할라나? 연기한다고 미국이 삐치지는 않겠지. 여정이 갸는 왜 대놓고 지르고 그래. 나한테만 살짝 얘기하지. 거 참 난감하네.신중하게 협의하세요. 주특기 나왔다.
“너랑 나만 잘 하면 돼”2015년 김상조가 일간지에 기고한 칼럼 제목이다. 여기서 ‘너’는 언론인이고 ‘나’는 지식인이다. 그의 눈에는 언론과 지식인 모두 마뜩잖다. 그러니 나라가 저 꼴이지 한다. 박근혜 정부 시절이다. 본인과 나라와의 거리를 저만치 둔다. 여타 지식인과 나는 사뭇 다르다고 이야기한다.문재인 정부 첫 공정거래위원장이 됐다. 공정거래위원장. 대한민국에서 공정하기가 둘째가라면 서러울 자리다.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건다.시작부터 이상하다. 그 놈의 혀가 불공정했다. 나쁜 짓은 금융위가 더 하는데 욕은 공정위가 더 먹는
‘실력과 팀워크’일간지 인터뷰 중 사람을 보는 기준을 묻는 질문에 윤석열이 답한 내용이다. 좋은 말이다. 실력과 팀워크,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왕 필요하다.팀워크는 팀이 협동하여 행하는 동작이다. 허나 윤석열 캠프는 팀워크를 도외시한 모습을 몇 가지 보인다.우선 하나가 출마선언문이다. 윤석열 본인이 홀로 작성한 느낌이다. 원맨쇼였다. 메시의 화려한 개인기도, 박병호의 화끈한 한방도 없는 그저 그런 원맨쇼였다. 재미도 감동도 없었다. 한마디로 별로였다.과거의 지나친 반추. 자유에 대한 장광설. 그간 만나온 전문가들 조언의 편린. 행
점령군 논쟁이 불타올랐다. 도화선은 이재명이다. 그는 고향에 찾아가 이런 취지로 말한다. 대한민국은 친일세력이 미 점령군과 합작해 만든 나라다. 깨끗하게 출발하지 못했다. 다시 나라를 세운다는 생각으로 새로 출발하자.야당에서는 난리가 났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한다. 대통령 후보 자격이 없다. 참담하고 편협한 편 가르기식 발언이다. 어디서 무슨 교육을 받았냐. 역사인식의 부재다.이재명이 받아친다. 점령군이 맞다. 일재 잔재가 여전히 남아 있다. 독립된 한국 정부와 패망 후 점령당한 일제조차 구분하지 못한다. 안타깝다.페북질의 고
2020년 7월 10일 0시1분. 박원순의 시신이 북악산 산책로에서 발견된다. 고인의 딸이 실종 신고를 한 지 대략 7시간 후. 여비서가 성추행으로 고소장을 접수한 지는 이틀만이다.인간의 죽음은 슬픈 일이다. 어느 죽음이건 그 앞에서 잘 죽었다 속이 다 시원하네 대놓고 말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사기꾼이든 파렴치한이든 살인자이든. 성추행범은 말할 것도 없다. 생명은 되우 존귀하기 때문이리라. 해서 고인의 명복을 뒤늦게나마 빌어본다.왜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섣부른 판단은 이렇다. 여비서를 성추행한 일이 세상에 알려질까 두려워 자살했
“팔자에도 읍는 정치를 할랑게 참 성가셔요, 선배님”“허허허, 그렇지요. 윤 총장”월요일 밤 늦은 11시. 최재형 전 감사원장 집 거실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최재형의 절친, 강명훈 변호사의 주선으로 은밀하게 성사된 만남이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 만나려니 택한 장소가, 서울대 법대 선배이자 연수원 선배인 최재형의 집이 된 거다.“그렇다고 시방 관두기는 그렇잖아요. 가능겨 그냥”“그럼요. 나라 꼴이 영 지랄입니다. 우리 손자들이 걱정이에요”“지는
약속 시간이 어정떴다. 책방에 들렀다. THE 인물과사상이 눈에 들어 왔다. 한 쪽 두 쪽 넘기다 삼십사 쪽에서...걍 책을 샀다. 내용에 120% 공감이다. 풍부한 지식과 균형 딱 잡힌 시각, 온화하고 부드러운 그래서 우아한 표현력까지. 부럽다. 닮고 싶다. 살아생전 불가하겠지.오지랖 발동. 많은 분들이 이 책을 봤으면 좋겠다. 당근 어렵겠지. 기실 나도 내 돈으로 책을 산 게 두 달 만이다. 글 쓴다는 자가 이러하니 오죽들 하랴! 내용도 별로 재미없는 8명 정치권 인사의 이야기. 게다가 물경 285쪽이다.만용 발동. 내용을 축약
‘참, 후진 구석이 있네’정의당 국회의원 류호정의 ‘멜빵바지’ 기사를 보고 먼저 든 생각이다. 기사는 “현직 의원이 국회 본회의에 멜빵바지를 입고 등장한 것은 파격이라는 평이 나온다”고 했다.누구의 평일까? 국회의원들? 국회 사무처 작원들? 국회의원 보좌진들? 같은 기자들? 누군지는 밝히지 않는다. 밝힐 필요도 없지만. 극히 제한적이고 한정된 그러면서도 긍정적이지도 않은 샘플로 일반화를 시도한 거는 아닌가싶다.18년 전 유시민이 백바지에 티셔츠로 유사한 반향을 불러온 적이 있다. 별일도 아니었건만. 사고의 후퇴인가? 의식의 르네상스
2053년 10월 늦은 오후의 서울 여의도.하늘은 쨍 깨질 듯이 맑다. 살랑대는 바람은 달콤하고 햇빛은 고소한, 그런 날이다. 불구하고 육준서는 머리가 뿌옇고 띵하다. 작금의 정국이 엉망 지랄이다. 풀어 나갈 묘수가 안 보인다. 좀체로. 아 씨. 애꿎은 볼펜만 빙빙 돌아간다.그는 32년 만에 다시 나온, 보수 정당 국민당의 30대 대표다. 좀 전에 비서실장으로부터 받은 문자가 그를 짜증나게 하고 있다.[익일 오전 8시까지 엠바고] 유성렬 32.5%, 추래애 25.5%. 석재명 10.1%, 류우민 3.2% 모르겠음 28.7%. 자당(
엊그제 윤석열이 김대중 도서관을 방문합니다. 방명록에 이렇게 적죠.“정보화 기반과 인권의 가치로 대한민국의 새 지평선을 여신 김대중 대통령님의 성찰과 가르침을 깊이 새기겠다”고. 뭔 말을 하려는지 알 듯 합니다.”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정청래가 이를 비난합니다.“지평을 연다.는 말은 들어봤어도 지평선을 열다.는 말은 처음.언어의 새 지평을 여셨네요.”숲보다는 나무가 눈에 들어 왔나 봅니다.어, 그러네요. 통찰을 성찰로도 바꿔 쓰고. 석열이 형, 실수하셨네요. 정치판이 무섭습니다. 맹수들이 득시글합니다. 특히 대권 도전 의지를 가진 자